중동·아프리카 |
케냐서 고액권 구지폐 사용금지 앞두고 무더기 현금 사용 러시 |
케냐가 오는 30일을 기해 시중 최고액권인 1천실링(1만1천500원)짜리 지폐를 더는 사용할 수 없도록 함에 따라 현금을 수북이 쌓아둔 부자들이 무더기 지출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주 한 남성이 케냐 수도 나이로비의 자동차 판매점에 들러 곧 폐기될 1천실링짜리 지폐 뭉치를 산더미처럼 건네고서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 1대를 사들였다.
오는 30일을 기해 케냐중앙은행(CBK)이 1천실링짜리 구권의 사용을 전면 금지함에 따라 그간 현금을 쌓아둔 큰손들이 구권을 처리하기 위해 나름 머리를 짜내고 있다고 AFP통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케냐 정부는 지난 6월 1천 실링권 새 지폐를 시중에 유통하면서 이달 말까지 모든 구권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세금 포탈자, 부패 기업인, 그리고 범죄조직이 부정축재로 모은 현금의 출처를 밝혀 자금 흐름을 양성화하려는 케냐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CBK는 지난 6월 케냐에 2억1천800만장의 1천실링권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고 전했지만 이중 '검은돈'의 형태로 숨겨진 금액이 얼마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현지 이코노미스트인 알리 칸 사추는 이번 구권 용도폐기 발표는 현금 부자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큰 액수의 현찰을 세탁하기에 4개월은 짧은 시간"이라고전했다.
사추는 그러면서 "구권을 쌓아둔 사람들은 자신들이 보유한 현금을 최대한 살리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 많은 케냐인은 지금 정부의 눈을 피해가며 돈다발을 처리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있다.
자동차 판매상인 존(가명)은 지난주 한 고객이 7만4천달러(약 8천900만원)짜리 고급 자동차를 구입하고 1천실링권 지폐를 수도 없이 세어 건넸다고 밝혔다.
존은 "사람들은 현금을 처리해야 하지만 은행에 입금하러 가면 서류에 출처를 밝혀야 한다"라며 "하지만, 자동차 판매대금을 입금하러 가면 매출 증빙과 이메일 내용만 제출하면 된다"고 밝혔다.
구지폐 사용 기한이 임박해지면서 현지에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도 생겨난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 나이로비 중심가 인근에서 주류판매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지인으로부터 매일 50만실링(575만원)을 건네받아 나 자신의 매출금과 함께 은행에 입금하고 5~10%가량의 수수료를 챙긴다"고 귀띔했다.
케냐 서부의 약삭빠른 한 기업가는 최근 무이자로 5만실링(57만5천원)가량의 소액을 대출해 주는 사업을 하고 나중에 신권으로 돌려받았다고 전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이 기업가는 "종이에 쓴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신사들의협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들은 쌓아둔 현금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투자운용사에 맡기거나 거액을 움직이는 비즈니스에 심어 두었다(sinking)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이가 쉬쉬하며 비밀작전을 수행하지는 않는다.
해안 도시 몸바사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구권 사용이 금지되기 전날 "구권과의 이별 파티"를 기획, 손님들에게 구권을 신권으로 바꿔주며 큰 금액의 매출을 올릴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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