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6.18 09:47
수정 : 2019.06.1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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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실각한 뒤 군부정권에 의해 체포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7월 국립경찰아카데미에 설치된 임시법정의 피고인 우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그는 17일 재판 도중 급사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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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실각 뒤 수감…재판 중 심장마비로 숨져
중형 선고받으며 고혈압·당뇨 적절한 치료 못 받은듯
가족들 “의사와 변호인 접견 차단 독방에 수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이집트 폭군들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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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실각한 뒤 군부정권에 의해 체포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 2015년 7월 국립경찰아카데미에 설치된 임시법정의 피고인 우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고 있다. 그는 17일 재판 도중 급사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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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로 실각한 무함마드 무르시(67) 전 이집트 대통령이 재판 도중 사망했다. 그가 속한 무슬림형제단 및 인권단체들은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 가능성을 주장하며 군사정권에 대한 항의에 돌입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이 17일 카이로 법정에서 재판을 받다가 쓰러진 뒤 사망했다고 이집트 검찰총장이 발표했다. 사인은 심장마비라고 국영 텔레비전이 보도했다. 당국은 “법원은 그의 요청에 따라 5분간 진술을 허용했다. 그는 (법정 내 피고인) 우리에서 쓰러졌고 즉각 병원으로 후송됐다”며 “맥박이나 호흡이 없었다고 의료진이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또 “주검에서는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무르시는 이날도 방음 유리 우리에 갇혀 재판을 받았다. 이집트 당국은 유리 우리는 무르시의 재판 방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무르시는 사망 하루 뒤인 18일 매장됐다. 변호인은 무르시의 가족이 토라 형무소의 모스크에서 열린 장례에 참석했고, 주검은 카이로 서부 나스르시티에 매장됐다고 밝혔다. 아들 아흐메드는 당국이 아버지를 고향인 샤르키아의 가족묘지에 매장하는 것을 불허했다고 말했다.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권 최대 이슬람주의 정치단체인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르시는 ‘아랍의 봄’으로 호스니 무바라크 독재정권이 타도된 뒤 2012년 이집트 최초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1년 만인 2013년 반정부 시위 사태에 이은 군부 쿠데타로 실각한 뒤 수감됐다. 6년 가까이 수감생활을 한 무르시는 3건의 재판을 통해 징역 4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사망하던 날에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루된 간첩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무르시의 대통령 재직 때 국방장관이었던 압둘파타흐 시시는 쿠데타를 주도한 뒤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시시 정권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수백명을 살해하고 반정부 인사 수백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무슬림형제단은 그의 죽음은 “살인”이라고 비난하며, 지지자들에게 항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정당인 자유정의당은 그의 죽음은 “암살”에 해당된다며, 지지자들에게 전세계의 이집트대사관 주변에 모이라고 촉구했다. 자유정의당은 “그들은 무르시를 수감 기간 내내 독방에 가두고, 약도 주지 않고 조악한 음식만 줬다”며 “의사와 변호사도 막았고, 가족과의 접촉조자 차단하며 가장 기본적인 인권도 박탈했다”고 비난했다. 무르시의 가족은 그가 고혈압과 당뇨 등 중병을 앓았으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말해왔다.
국제앰네스티도 무르시의 친지 접견이 단 3차례만 허용됐다며, 사인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촉구했다. 영국 의회 조사단은 지난해 무르시가 독방에 하루에 23시간이나 갇혀 있으며, 이는 고문의 일종이라고 규정했다. 이 조사단은 이런 처우는 조기 사망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동 국가 지도자들도 즉각 비난에 나섰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집트의 “폭군”들에게 책임이 있다며 무르시를 순교자라고 불렀다. 카타르 국왕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는 “깊은 슬픔”을 표했다.
이집트 정부는 비상경계 상태에 돌입했다. 내무부는 21일부터 열리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축구대회에 대비해 수천명의 병력을 축구장 등 인파가 몰리는 곳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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