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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1 20:05 수정 : 2019.04.11 22:37

수단의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의 퇴진 소식이 알려진 11일, 수도 하르툼의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정권이 무너졌다”고 외치며 군 사령부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하르툼/AFP 연합뉴스

반독재 시위 넉달만에 퇴진…군 “2년간 과도 통치”
향후 3개월은 헌법 효력 정지·국경폐쇄도 발표
“모든 정치범 석방” 발표도…과도기 뒤 선거 약속
거리 채운 시민들 “우리가 이겼다” 축제 분위기
친위 쿠데타 가능성도…“또다른 독재정권 안돼”

수단의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의 퇴진 소식이 알려진 11일, 수도 하르툼의 거리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이 “정권이 무너졌다”고 외치며 군 사령부 쪽으로 행진하고 있다. 하르툼/AFP 연합뉴스
넉달째 시민들의 거센 퇴진 요구에 내몰려온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75)이 11일 결국 축출당했다. 군부 쿠데타의 결과로 보이는데, 수단 정부와 군부는 정권 교체와 새 정부 수립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바시르 정권의 2인자 아와드 이븐아우프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국영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현 정권이 축출됐으며 알바시르 대통령은 안전한 장소에 구금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븐아우프 장관은 향후 2년간 군사위원회가 정부를 대체해 과도기 통치를 담당한 뒤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부터 3개월 동안 헌법의 효력을 잠정 정지하는 비상 기간을 선포하고, 향후 별도 발표가 있을 때까지 국경을 폐쇄한다고도 했다. 사실상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목격자들을 인용해, 군인들이 알바시르 대통령의 권력 기반 조직인 ‘이슬람운동’의 본부를 덮쳤다고 보도했다. ‘이슬람운동’은 집권당인 국민의회당의 주축 세력이다. 수단의 국가정보보안국은 이날 모든 정치범을 석방한다고 발표했다고 국영 <수나>(SUNA) 통신이 전했다.

알바시르 대통령의 퇴진 소식이 알려지자 하르툼의 군 사령부 앞을 비롯한 거리에는 시민 수만명이 몰려나와 “정권이 무너졌다. 우리가 이겼다”고 외치며 춤추고 환호했다. 군 사령부로 향하는 시위 대열에 참가한 한 시민은 <비비시>(BBC) 방송에 “모든 사람이 독재자의 종말에 기뻐한다”며 “하르툼 전체가 행복하게 파티를 즐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수단 민중은 그러나 30년 독재정권의 종식 뒤에 또다른 독재정권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경계심도 보이고 있다. 한 시민은 <알아라비야> 방송에 “알바시르 정권 2인자인 아와드 이븐아우프 국방장관이 알바시르를 대체할 것이란 소문이 도는데, 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앞서 9일 이븐아우프 국방장관은 “군은 시위의 명분을 이해하고, 시민들의 요구와 열망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군은 나라가 혼란에 빠지게 놔두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바시르 대통령의 퇴진에 군부와 모종의 거래를 한 친위 쿠데타 성격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알바시르 대통령은 군인 출신으로, 1989년 이슬람계를 등에 업은 무혈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다. 그는 2003~2010년 다르푸르에서 아랍계 이슬람 민병대가 아프리카계 토착민 중심의 수단해방군과 충돌한 내전 당시 이슬람 민병대를 지원해 살인, 성폭행, 고문, 강제 추방, 약탈 등을 저지르게 한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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