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4.10 17:53
수정 : 2019.04.1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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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그의 부인 사라가 10일 새벽 텔아비브에서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르당과 베니 간츠 전 참모총장이 이끈 청백연합이 박빙세를 보이고 있지만, 리쿠르당이 이끄는 연정 세력이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텔아비브/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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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혐의·장기집권 피로감에도
보수 유권자 결집·미국 지원 덕분에
리쿠드당-청백동맹 둘다 35석 확보
우파 정당들 의석 수 합치면 65석
연정 구성으로 5선 총리 기록 쓸듯
‘이-팔 분쟁 평화적 해결 더욱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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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그의 부인 사라가 10일 새벽 텔아비브에서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르당과 베니 간츠 전 참모총장이 이끈 청백연합이 박빙세를 보이고 있지만, 리쿠르당이 이끄는 연정 세력이 120석인 이스라엘 의회에서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텔아비브/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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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파인 베냐민 네타냐후(70) 이스라엘 총리가 9일 총선 결과 초박빙의 차이로 재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연정 구성에 성공해 집권을 연장한다면 5선으로 이스라엘 최장수 총리가 된다. 선거 직전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들을 영토로 병합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라, 그의 재집권은 중동 정세를 더 경색시킬 가능성이 높다.
현지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10일 오전 9시(현지시각) 95% 개표 상황에서 집권 리쿠드당이 26.27%를 확보해 1위를 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지위를 강력하게 위협한 베니 간츠(60) 전 육군참모총장이 이끄는 중도세력 연합 청백동맹은 불과 0.33%포인트 적은 25.94%를 얻었다. 양쪽은 크네세트(의회)의 120석 가운데 35석씩 나눠 가질 전망이다. 모두 과반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정통 유대교 정당 샤스당과 토라 유대교연합이 각각 8석을 확보하는 등 리쿠드당과 그 연정 파트너들이 65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쿠드당의 예상 의석은 2003년(36석) 이후 최고치다. 승리가 확정되면 네타냐후 총리는 최연소(47살) 총리라는 기록을 쓴 데 이어, 다비드 벤구리온 초대 총리를 뛰어넘는 최장기 집권 기록을 세우게 된다. 검찰이 그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밝힌 데다,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이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선거운동 막판에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들을 영토로 병합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극우·보수 성향에 호소한 게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례 없는 응원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워싱턴을 방문한 네타냐후 총리 앞에서 1967년 6일전쟁으로 시리아한테 빼앗은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포고문에 서명하는 ‘이벤트’까지 해줬다. 미국은 총선 하루 전날에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부탁한 것이라며 홍보에 활용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10일 새벽 승리 전망이 커지자 “엄청난 승리의 밤이다. 이스라엘 국가가 다시 한 번, 다섯 번째로 나를 믿어줬다는 점에 무척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확실히 우파 정부를 만들 것이지만, 좌우와 유대인 여부에 구애 받지 않는 모든 이스라엘 시민들의 총리가 되려 한다”고 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반팔레스타인 정책을 더 강화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평화적 해결은 더욱 난망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측근인 아흐메드 마잘라니는 이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총선 결과로 서안지구 내 유대인 정착촌의 이스라엘 병합 가능성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병합 계획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에 지원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반무슬림적이면서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스라엘의 강한 결속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궁합’도 중동의 갈등 요소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전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의 비타협적이고 일방주의적인 노선을 공개적으로 견제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대사관을 옮기는 등 유대 민족주의의 전폭적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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