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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0 14:42 수정 : 2019.04.10 19:44

8일 저녁(현지시각) 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반독재 시위 현장에서 ‘칸다카(누비아의 여왕)’이란 별칭이 붙은 한 여성이 구호를 선창하고 있는 모습. 시위 참가자 라나 하룬의 트위터 갈무리

순백색 통옷 차림 여성이 구호·노래 선창
시민들, 여왕이란 뜻의 ‘칸다카’ 별칭 붙여

경찰 “시위대에 개입 말라” 전격 중립 선언
미·영·노르웨이, 알바시르 정권에 퇴진 압박

8일 저녁(현지시각) 수단의 수도 하르툼의 반독재 시위 현장에서 ‘칸다카(누비아의 여왕)’이란 별칭이 붙은 한 여성이 구호를 선창하고 있는 모습. 시위 참가자 라나 하룬의 트위터 갈무리
‘30년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넉 달째 이어진 수단 민중의 시위에 ‘흰옷을 입은 누비아의 여왕’이 나타났다.

8일 저녁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는 순백의 통옷을 입은 여성이 시위의 상징으로 떠올랐다고 <시엔엔>(CNN) 방송이 9일 보도했다. 머리부터 발까지 이어지는 흰옷을 입은 이 여성은 금빛 보름달 귀고리를 착용한 채 자동차 지붕 위에서 구호를 선창하고 노래를 부르며 시위를 이끌었다. 그가 “종교의 이름으로 그들은 우리를 불태웠다”고 외치면, 시위대는 “혁명!”이란 외침으로 화답했다. 프랑스혁명의 상징인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떠올리게도 한다.

시민들은 앞다퉈 사진과 동영상을 찍느라 바빴고, 어둠이 깔리면서 시위 현장은 촛불시위처럼 휴대폰 불빛이 반짝이는 장관을 연출했다. 정부 쪽 공식 집계로 지금까지 38명이 숨진 엄혹한 시위 현장에 흥분과 기대가 넘쳤다.

주말부터 밤늦도록 연좌시위를 이어가는 시민들은 이 여성에게 ‘칸다카’라는 애칭을 붙여줬다. 칸다카는 수단의 고대 누비아왕국에서 여왕이나 고귀한 신분의 여성을 가리킨다. 그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린 라나 하룬은 “그는 모든 이에게 희망과 긍정적 에너지를 줬다”며 “난 직감적으로 ‘이건 나의 혁명이며, 바로 우리가 미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 여성은 트위터에 “수단에서 흰색 통옷은 전문직종 여성의 복장, 금빛 달 귀고리는 전통적 결혼 패물”이라며 “그의 전체적 차림새는 1960~80년대 군사독재에 맞서 거리에 나선 우리 어머니와 할머니 세대를 연상시킨다”고 적었다.

9일 저녁(현지시각) 수단의 수도 하르툼에 있는 군 사령부 앞 거리에서 시민들이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수단 경찰은 이날 시위 진압에 개입하지 않겠다며 중립을 선언했다. 하르툼/AFP 연합뉴스
시위대가 군부에 투쟁에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수단 경찰은 9일 중립을 선언하고 사실상 정권에 등을 돌렸다. 경찰 지휘부는 경찰관들에게 군 사령부 앞 시위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경찰은 “신에게 이 나라의 안전과 평온, 통합을 간구한다”며 “평화적 정권 이양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는 성명을 냈다. 미국·영국·노르웨이 3개국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수단 정권이 국민들 요구에 진지하게 응답할 때가 왔다”며 알바시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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