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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08 19:17 수정 : 2019.04.08 20:17

이스라엘 총선을 이틀 앞둔 7일(현지시각), 수도 텔아비브 거리에 붙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포스터 앞으로 한 남성이 유모차를 끌고 지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네타냐후, 서안지구 영토 병합 거론
‘총선용 정치적 수사’ 평가 있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와 사전 교감 아래
‘2국가 해법 흔들기’ 나선 것 평가

이스라엘 총선을 이틀 앞둔 7일(현지시각), 수도 텔아비브 거리에 붙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포스터 앞으로 한 남성이 유모차를 끌고 지나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골란고원에 이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영토 병합 문제를 꺼내면서, 반세기 이상 지속돼온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의 꿈에 극복하기 어려운 검은 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착촌들에 대해 주권을 확립하겠다는 것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영토로 거론되는 곳에 ‘알박기’를 공고히 해 ‘2국가 해법’을 사장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2국가 해법은 서안지구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스라엘군의 서안지구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하지만, 이스라엘은 이곳의 유대인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군대를 주둔시키고 분리장벽을 세우면서 정착촌을 확대해왔다.

유대인 정착촌이 사방 곳곳에 점점이 늘어나면서 서안지구 지도는 곳곳에 큰 구멍이 뚫린 스펀지 모양이 됐다. 네타냐후 총리의 구상대로 정착촌들이 이스라엘 영토로 완전히 병합된다면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로 된다고 해도 국토의 불연속성 등으로 실제 국가로 기능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섬처럼 고립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들을 다도해에 비유하기도 한다. <가디언>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을 두고, 희미해져 가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희망을 꺼뜨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도했다.

1990년대 오슬로평화협정은 서안지구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A구역,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군이 공동 관할하는 B구역, 이스라엘군이 단독 관할하는 C구역으로 구분했다. 이스라엘 정착촌은 서안지구의 61%를 차지하며 유대인 약 38만명, 팔레스타인인 약 15만명이 사는 C구역에 건설돼왔다. 오슬로협정은 최종 협상 타결 전까지 현상 변경을 금지하면서, 이 구역은 “점진적으로 팔레스타인 관할권 내로 이양될 것”이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9일 총선을 앞두고 강경 우파 표심에 호소하는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다. 그는 2009년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유대 국가로 인정하고 무장을 해제한다면 2국가 해법을 지지하겠다고 밝혔지만, 2015년 총선 막판에 “재선에 성공하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막겠다”며 입장을 뒤집은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치적 수사에 그치는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달라지고 있는 국제 정세는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착촌 병합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골란고원에 대한 주권을 인정받은 지 불과 2주 만에 나왔다. 미국과의 사전 교감 속에 나온 발언이 아니겠냐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는 이스라엘이 기존 정착촌들을 병합하는 것에서 나아가 서안지구 전반을 잠식하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5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 자국 대사관을 옮기고, 워싱턴 주재 팔레스타인해방기구 대표부를 폐쇄하는 등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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