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집권’ 비난 화살 피하기
이집트가 다음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정상을 초청해 중동 정상회담을 주최하기로 하면서, 이번 회담을 성사시킨 호스니 무바라크(77·사진) 이집트 대통령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최근 오마르 술라이만 국가정보부장을 이스라엘에 보내 아리엘 샤론 총리로부터 초청 수락을 받아냈으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혀 오는 8일 이집트 휴양지 샤름 알 셰이크에서 정상회담이 열린다고 <비비시> 등이 2일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상이 4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게 될 이 자리에는 무바라크 대통령과 요르단의 압둘라 국왕도 참석한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정상회담 주선을 통해 대외적으로 중동 지역의 정치·외교 중심국으로서 이집트의 중재 역량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이집트는 지난해 간첩죄로 복역 중이던 이스라엘인 아잠 아잠을 석방하는 등 이스라엘과 빠르게 화해하며 정치, 경제, 군사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지구 철수 이후 이 지역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의 영향력이 강해지지 않도록 이라크가 핵심적인 구실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어 무바라크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무바라크는 이번 ‘중재자’ 역할을 통해 국내 문제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확고히 하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1981년 취임 뒤 24년 동안 장기집권해 온 그는 올해 9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다시 한번 6년 임기를 연장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현행 헌법상 이집트 대선은 의회가 지명하는 후보 한 명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이며, 무바라크 대통령의 국민민주당은 의회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최근 무바라크 대통령의 30년 집권계획에 반대하는 야당 지도자들이 잇따라 경찰에 체포되면서 미국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평화중재를 통해 미국의 개혁공세를 피하겠다는 무바라크의 계산이 엿보인다. 이집트는 이스라엘과 평화조약을 맺은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국가이며, 부시 행정부는 매년 20억달러를 이집트에 원조해왔다. 부시 대통령은 2일 국정연설에서 이집트를 “중동 평화에 기여하는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동맹”으로 거론하면서도 “이제는 중동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길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이집트의 민주개혁을 언급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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