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12.20 18:57 수정 : 2018.12.20 22:04

지난해 4월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미군 장갑차가 쿠르드족 민병대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 “이슬람국가에 승리…미군 귀환 중”
외교안보 부처, 트럼프에 철회 요구
“러시아·이란에 시리아 넘기는 것”
‘동맹군’ 쿠르드족도 터키 위협에 노출

트럼프의 정치적 곤경 탈출용 분석도
‘2천명 철군으로 바뀔 거 없다’ 지지도

지난해 4월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미군 장갑차가 쿠르드족 민병대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에서 미군의 완전 철군을 선언했다. 전격 철군은 시리아에서 세력 공백을 야기할 것이라는 경고가 미국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9일 시리아에 주둔 중인 미군 2천명의 철수를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의 대통령 재직 기간 동안 우리가 시리아에 있어야 하는 유일한 이유였던 이슬람국가(IS)에 대해 우리가 승리했다”며 “우리의 젊은 남녀들이 모두 귀환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국방부 관리들은 30일 내 철군 완료 명령이 내려왔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은 외교·안보 부처와 참모들의 반대를 누르고 강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와 국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철군 명령 철회를 설득 중이고,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가장 지지하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기습당했다”며 반발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은 철군은 러시아와 이란에게 시리아를 넘겨주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리아 내전에서 바샤르 아사드 정부를 지원하는 러시아와 이란은 최근 터키를 가담시켜 평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미군이 철수하면 이들이 주도하는 ‘내전 이후의 시리아’가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조지프 보텔 미국 중부군 사령관과 브렛 맥거크 대이슬람국가 동맹 특사도 철군에 거세게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미군 지휘부는 세력이 줄어든 이슬람국가를 돕는 일이라는 우려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이라크 철군이 세력 공백을 불러 이슬람국가를 부상시켰다며, 이번 결정이 당시 상황을 재현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이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만난 뒤 “이라크 상황의 전면적 반복”이라고 말했다.

또 이슬람국가와 싸운 주된 전력인 쿠르드 민병대가 터키의 군사적 위협에 노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미국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가 발호하자 2014년 군사적 개입에 나서면서 쿠르드족이 주축인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터키는 시리아 북부에서 쿠르드족 힘이 확장되면 자국 내 쿠르드족 분리 독립 세력을 자극한다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7일 터키군이 쿠르드 민병대에 곧 공세를 시작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한 관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곤경에서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게 이번 결정의 배경이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도 이번 결정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선고 연기 직후에 나왔다며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에도 시리아 철군을 공약했고, 올해 4월에도 완전한 철군을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은 이때 참모들이 6개월만 참아달라며 만류했다고 전했다. 미국 내에서도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교수와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 등 세력균형론에 입각한 현실주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미국의 분쟁 개입이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 철군하면서 현지 세력 및 관련국들과 정치적 타협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로버트 포드 전 시리아 주재 미국대사도 미군 지상군 규모로는 이란 세력을 시리아에서 축출할 수 없고,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의 싸움 판도도 바꿀 수 없다며 철군을 지지했다. 그는 “시리아 분쟁은 시리아 사람들 사이의 관계 문제”라며 “2천명의 특수부대 병력과 몇십명의 외교관으로는 이를 고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슬람국가에는 공군력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