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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8 18:01 수정 : 2018.11.29 18:08

27일 자국 언론인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33) 왕세자가 튀니지를 방문한 가운데, 수도 튀니스에서 시민들이 빈살만의 얼굴에 가위표를 친 사진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튀니스/AP 연합뉴스

사우디 왕세자, G20회의 참석차 외유길
언론인 카슈끄지 피살사건 배후 의심 속
터키에 정상회담 제안…트럼프 만날 듯
순방국 튀니지에선 “살인자” 항의 시위
CNN “아르헨 검찰은 범죄 기소 검토”

27일 자국 언론인 살해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33) 왕세자가 튀니지를 방문한 가운데, 수도 튀니스에서 시민들이 빈살만의 얼굴에 가위표를 친 사진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튀니스/AP 연합뉴스
떳떳하고 대담한 외교일까, 아니면 뻔뻔한 정면돌파일까?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비판적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의 배후로 지목된 무함마드 빈살만(33) 왕세자가 28일 나흘간의 주변 우방국 순방을 마치고 30일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길에 올랐다. 사건 발생국인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에게는 정상회담 제안까지 했다. 지난달 초 사우디 암살 요원들이 카슈끄지를 살해한 이후 처음으로 국제무대에 얼굴을 내미는 셈이다. 주요 20개국 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사우디 왕세자와 반갑게 악수를 나눌지, 빈살만이 누구와 만나 무슨 발언을 할지 관심이 쏠린다. 범행 지시 과정이나 카슈끄지 주검의 행방 등 사건의 온전한 진실은 여전히 미궁이기 때문이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27일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왕세자가 터키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따로) 만날 수 있을지 물어봤다. 대통령은 ‘두고 보자’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으로선 터키 대통령이 사우디 왕세자를 만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회동 가능성을 내비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살해 지시는 사우디 정부의 최고위층에서 왔다”고 압박하면서도 빈살만 왕세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왕세자의 측근을 범행 지시자로 지목하면서도 왕세자 개입설에는 극구 선을 긋고 있다.

잔인하고 충격적인 사건의 여파가 가시지 않는 가운데, <시엔엔>(CNN) 방송은 27일 “빈살만 왕세자가 아랍 동맹국 순방과 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에 나선 것은 사건의 낙진을 피해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또 “아르헨티나 검찰이 빈살만 왕세자에 대한 기소를 검토 중”이라며 “이런 움직임이 그의 주요 20개국 회의 참석을 무산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헌법은 전쟁범죄나 고문 등 반인도주의 범죄자는 국적과 범행 장소에 상관없이 사법 심판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보편 관할권’을 규정하고 있다.

2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왼쪽)가 튀니지를 방문해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튀니스/신화 연합뉴스
빈살만 왕세자는 25일부터 아랍에미리트연합, 바레인, 이집트를 방문했으며, 27일 튀니지 방문을 마치고 28일 아르헨티나 방문길에 올랐다. ‘아랍의 봄’의 발원지인 튀니지에선 카슈끄지 사건 이후 아랍·이슬람권에선 처음으로 수백명의 시민이 모여 빈살만에 대한 항의 시위를 했다. 수도 튀니스에서 열린 시위에 참가한 인권운동가 사이드 아루스는 <알자지라> 방송에 “카슈끄지 살해는 소름 끼치는 범죄”라며 “살인자 빈살만에 대해 ‘노’라고 말하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빈살만 왕세자에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확실하고 든든한 우군이다. 그는 지난주 ‘사우디와 함께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을 내어 “빈살만 왕세자는 살인 계획 또는 집행을 몰랐다고 완강하게 부인한다”, “그가 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반응을 보였다. 나아가 “지난해 나의 집중적인 협상 방문 이후 사우디는 미국에 4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이는 기록적인 돈이다”라고 했다. 그의 진짜 관심사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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