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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3 20:23 수정 : 2018.11.23 20:28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는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오른쪽 둘째)가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맨 오른쪽)과 함께 지난달 23일 리야드 야맘마 궁에서 카슈끄지의 유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는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오른쪽 둘째)가 아버지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맨 오른쪽)과 함께 지난달 23일 리야드 야맘마 궁에서 카슈끄지의 유족을 만나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해 왕세자 무함마드 빈살만의 관여가 문제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는 지난 20일 성명에서 “빈살만 왕세자는 살해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을 수도, 몰랐을 수도 있다”며 “사우디 왕실과 우리는 이란과의 중요한 싸움에서 위대한 동맹이다. 어떤 경우든 우리는 사우디의 변함없는 동반자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살만이 책임이 있든, 없든 간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미국 대통령의 공식적인 발언으로는 상상되지 않는다. 하지만, 표현만 그럴 뿐 그 내용은 사실 미국과 그 대통령들이 지난 70년 동안 사우디에 대해 취해온 입장이다. 미국은 사우디의 지독한 전근대적 사회 체제를 모른 체 하면서 전략적 이익을 우선시 해왔다.

대외정책과 외교에서 국가의 전략적 이익이 우선시 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국가의 전략적 이익도 보편적인 가치를 완전히 무시하고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그동안 자국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납치하거나 살해하는 사건을 수도 없이 벌여왔다. 그런데도, 카슈끄지 사건이 유독 국제적인 문제로 번진 것은 사우디를 둘러싼 안팎의 환경이 변곡점에 와있기 때문이다.

이제, 사우디와 그 통치 세력들이 국제사회에 가하는 부정적 효과가 사우디가 미국 등 국제사회에 주는 전략적 이해를 위협하는 수준이 되고 있다. 빈살만이 사우디의 실력자로 등장한 이후 사우디는 중동에서 분쟁과 갈등을 증폭시켜왔다.

빈살만이 주도한 예멘 내전 개입은 인도적 위기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외정책에서도 재앙이 되고 있다. 카타르와의 단교 사태도 미국에게는 중동에서 사활적인 동맹관계를 위기에 몰아넣었다. 사드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가 사우디로 납치돼 사임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추진하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강화는 중동의 기존 질서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무엇보다도 카슈끄지 사건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동 정책의 최고 순위로 놓는 이란 봉쇄가 흔들리고 있다. 중동의 강국인 터키 입장에서는 애초부터 미국의 이란 봉쇄가 자국의 이해와는 어긋났다. 미국과의 관계가 틀어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기회로 빈살만의 사우디를 강력 견제하고 있다. 이는 현재 중동에서 미국 영향력의 최대 통로가 사우디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국 견제이다. 이미 터키는 이란, 러시아와 함께 시리아 내전 해결의 주도권을 쥐어가고 있다.

사우디는 국내의 전근대성에도 불구하고, 그 왕실 정권은 메카 등 성지의 수호자로서 이슬람 세계의 중재자를 자임하며, 일방적 행보를 자제했었다. 빈살만의 사우디가 중동과 이슬람 세계에서 갈등의 중심으로 변해버린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때문이기도 하다.

국제핵협정을 통해 국제사회에 다시 복귀하려는 이란을 다시 고립·봉쇄하는데 중동 정책의 우선순위를 삼은 트럼프 행정부는 빈살만의 사우디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왔다.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그 설계자가 되어, 이스라엘까지 끌어들였다. 그 결과가 33살 젊은 왕세자 빈살만의 폭주였다.

중동은 지금 사우디-이스라엘-이집트로 연결되는 그림자 삼각연대, 이에 맞서 비아랍계 터키-이란 등이 중동의 전통적 핵심지대인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영향력 각축을 벌이고 있다.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 통로는 사우디, 이스라엘, 이집트 등으로 축소된 상태이다.

미국에 대한 사우디의 전략적 이익에 대한 회의도 나온다. 미국은 이제 에너지 수출국이어서 사우디의 석유가 과거처럼 절박하지 않은데도, 사우디에 대한 편애로 다른 중동 국가와의 관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사우디에 대한 1100억달러 무기 판매도 과장됐다. 트럼프 이후 실질적 계약은 40억달러에 불과한데, 오바마 정부 시절 때 무기판매나 향후 비구속적인 무기구매 의사까지 포함했다.

미국 중앙정보국은 카슈끄지 사건에도 불구하고 빈살만의 권력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외교위원회 의장 리처드 하스는 미국이나 서방은 빈살만의 권력이 축소되면 사우디와의 협력이 더 증가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트럼프가 이미 빈살만의 사우디에게 백지위임 수표를 줘버렸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빈살만이 사우디 그 자체가 되는 상황이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어찌할 것인가?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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