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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26 19:36 수정 : 2018.10.26 20:13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23일 리야드에서 사우디 공작원들에 의해 이스탄불에서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카쇼기)의 아들인 살라를 만나 조의를 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빈살만에게 카슈끄지 살해 책임을 물으며, 사우디 견제에 나섰다. 사우디프레스에이전시

[토요판] 다음주의 질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23일 리야드에서 사우디 공작원들에 의해 이스탄불에서 살해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카쇼기)의 아들인 살라를 만나 조의를 표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빈살만에게 카슈끄지 살해 책임을 물으며, 사우디 견제에 나섰다. 사우디프레스에이전시
1744년 아라비아 반도 한가운데 사막지대인 네지드의 베두인 유목부족 족장인 무함마드 빈 사우드는 무함마드 이븐 압둘 와하브라는 이슬람 율법학자의 후견인이 되며, 일종의 정교동맹을 맺었다.

당시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황제인 술탄은 이슬람 세계의 전통적 신정일치 통치자인 칼리프의 지위도 겸하며, 중동 등 이슬람 세계를 다스렸다. 와하브는 오스만 제국과 술탄 치하의 이슬람 세계가 타락했다며, 선지자 무함마드의 가르침을 담은 쿠란에 적힌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운동을 벌이다 쫓기고 있었다. 나중에 와하비즘이라 불리는 그의 이슬람 교리는 빈 사우드에게 아라비아와 아랍족 통일을 추진하는 이데올로기가 됐다. 사우드 가문은 정치권력을, 와하브의 제자들은 종교권력을 가지는 정교동맹이 형성됐다.

빈 사우드와 와하브, 그리고 그 후손과 제자들은 세력을 확대해 1811년 오스만 제국의 심장부인 소아시아(현재 터키)로까지 진군을 준비했다. 제국의 위기 앞에 술탄은 진압군을 보내 이들의 종교군대를 박살내고 진압했다. 사우드 가문은 다시 사막의 작은 부족으로 돌아갔으나, 와하비즘과 함께 살아남았다. 1901년 사우드 가문의 후계자 압둘아지지 이븐 사우드는 와하비즘에 충실한 자신의 부하 20명을 이끌고는 부족의 본향인 리야드를 탈환했다. 사우드 왕국 재건의 시작이었다.

1차대전이 발발하자, 이븐 사우드는 독일 편에 선 오스만튀르크를 상대로 게릴라전을 벌이며 영국의 도움을 받았다. 1차대전으로 오스만튀르크 제국이 몰락하자, 이븐 사우드는 1932년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재건하고 초대 국왕에 올랐다. 아랍의 모든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접수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세계의 종주국을 자임했다.

사우디는 오스만 제국과의 투쟁 과정에서 형성됐고, 그 후신 터키와의 대척점에서 그 정체성을 형성했다. 사우디가 이슬람을 창시한 정통 아랍 베두인 부족의 나라인 반면, 터키는 중앙아시아에서 온 이방 튀르크족의 나라이다. 사우디가 무함마드의 가르침 원형을 고수하려는 와하비즘을 신봉하는 반면 터키는 다원화된 이슬람 국가이다. 사우디가 신정일치적인 중세 봉건적 왕조 체제인 반면 터키는 이슬람 세계 최초로 정교가 분리된 세속 공화국이다.

2차대전 뒤 터키와 사우디는 중동에서 미국의 주요 동맹국이 됐으나, 그 관계는 ‘불가근 불가원’이었다. 소련이 붕괴되고,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대재앙으로 귀결되면서 중동에서 미국의 통제력이 약화되자, 터키와 사우디의 야심은 다시 충돌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내전으로 중동의 핵심인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거대한 세력공백이 생기자, 중동의 패권국가를 꿈꾸는 터키, 사우디, 이란 등이 앞다투어 개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사우디를 맹주로 한 반이란 수니파 연대를 구축하려는데, 터키는 동조할 수 없다. 국경을 맞댄 이란과 러시아와의 원만한 관계가 필요한 데다, 사우디의 젊은 실력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독주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빈살만이 2015년 4월 부왕세자에 오른 이후 사우디는 건국 이후 가장 공격적인 대내외 정책을 수행해왔다. 특히, 예멘 내전에 수니파 국가들을 대거 개입시키고, 터키와 친밀한 관계인 카타르에 대한 단교 사태를 주도했다. 그리고는 빈살만은 2017년 6월 왕세자로 책봉됐다.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과 손잡고 중동의 삼각동맹을 구축하고, 이스라엘까지 가세시키고 있다.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손잡고는 새롭게 중동질서를 그리려는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슬람 정체성 확보를 통해 권력을 굳혀온 정치적 이슬람주의자이다. 그는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의 이집트와 연대를 추구했었다. 무르시의 실각에 사우디가 개입했고, 최근에는 사우디와 굳건히 손잡은 트럼프 미 행정부와 불화 속에서 위기를 맞았다.

지난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서 벌어진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카쇼기) 살해 사건은 에르도안에게 위기 탈출은 물론이고 빈살만의 사우디를 견제하는 호기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인 그가 직접 나서 이 사건의 전모를 흘리고, 빈살만과 국왕 살만까지 겨냥하는 이유다. 에르도안과 빈살만의 격돌 뒤에는 오스만 제국 이래 터키와 사우디의 오랜 투쟁과 야망이 자리잡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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