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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24 16:28 수정 : 2018.10.24 19:54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23일 피살된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아들 살라를 만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카쇼기 사건, 사우디 왕실 비호 태도 점점 후퇴
“사상 최악의 은폐 시도”…연루자들 첫 제재도
사우디의 돈·영향력-국내외 여론 사이 갈팡질팡
빈살만은 유족 만나고 행사장 등장해 건재 과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가 23일 피살된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아들 살라를 만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봐주자니 함께 덤터기를 쓸 것 같고, 혼내자니 돈이 아깝고 ….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쇼기 살해 사건에 대한 미국의 대응이 갈팡질팡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사상 최악의 은폐 시도”라며 사우디 정부를 비판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그는 <월스트리트 저널> 인터뷰에서는 “그(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국정을) 운영하고 있다. 누군가 (사건 배후에) 있다면 그일 것”이라며, 빈살만 왕세자의 연루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날 미국 정부는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인 21명을 입국 금지해 첫 제재를 가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그 직전 사우디 정부에 의한 계획적 살인으로 사건 성격을 규정하며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에게 범인 18명을 모두 터키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부는 지난 2일 터키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카쇼기가 실종된 이후 갈지자 행보를 이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사우디 국왕과 통화했지만 “아는 바가 없다고 한다”며 사우디 왕실 엄호에 나섰다. 그는 “무혐의를 입증하기 전까지 혐의를 씌우는 거냐”며, 언론이 빈살만 왕세자를 뚜렷한 근거도 없이 배후로 몰아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주에는 그동안 잡아떼던 사우디 정부가 카쇼기가 영사관에서 숨진 것은 맞지만 주먹다짐 끝에 발생한 불상사라고 해명하자 “중요한 첫 조처”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론과 터키 정부가 계획적 살인임을 보여주는 증거와 정황을 잇따라 제시하자 미국 정부도 방어선을 뒤로 빼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사우디와 터키로 급파해 상황 파악에 나섰다. 22일에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다. 동시에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터키를 방문해 ‘해법’ 모색에 나섰다.

미국이 자꾸 입장을 바꾸면서 동분서주하는 것은 터키 정부와 국제사회의 반발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6일 중간선거에 사건의 불똥이 튀지 않게 해야 한다.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행사에 참석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한 참석자와 휴대폰 사진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문제는 지난해 초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첫 순방국으로 택했을 만큼 사우디에 공을 들여왔다는 점이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빈살만 왕세자는 이란에 대한 강경한 태도 때문에 ‘미국의 친구’로 확실히 떠오른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방문 때 1100억달러(약 124조5천억원)어치 무기 구매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그는 22일 “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잃기 싫다”며, 카쇼기 사건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와의 거래와 우호 관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사우디 관영 언론은 빈살만 왕세자가 아버지 살만 국왕과 함께 카쇼기의 두 아들을 만나 위로했다며 23일 사진을 공개했다. 카쇼기의 아들들은 출국 금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수도 리야드의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행사에서도 웃는 모습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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