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0.21 16:47
수정 : 2018.10.21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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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아라비아 영사관 앞에서 터키-아랍 언론연합 대표 투란 키스락시(가운데)가 “자말 카쇼기를 돌려달라”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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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 수사 결과 토대로 ‘18명 체포 조사중’ 밝혔지만
논란 계속…서방국 투명 수사 촉구-트럼프 “커다란 첫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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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터키 이스탄불 사우디 아라비아 영사관 앞에서 터키-아랍 언론연합 대표 투란 키스락시(가운데)가 “자말 카쇼기를 돌려달라”는 성명서를 읽고 있다. 이스탄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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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가 반정부 성향의 자국 언론인 자말 카쇼기의 죽음을 처음으로 인정했지만 ‘우발적 쌍방 폭행’의 결과라고 설명해 뻔뻔한 은폐 시도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20일 새벽 초동수사 결과를 토대로 카쇼기의 사망을 인정했다. 사우디 검찰은 지난 2일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으로 들어간 카쇼기가 용의자들과 만나 대화하다가 주먹다짐을 했고, 이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애초 영사관을 나간 뒤 실종됐다는 설명을 번복한 것이다. 사우디 검찰은 이와 관련해 고위 관리 5명을 경질하고 자국민 18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질된 이들 중엔 왕실 고문인 사우드 알카흐타니 등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최측근과 정보기관 고위 관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이와 함께 빈살만 왕세자 주도로 정보기관의 구조조정을 명령하면서 그에게 다시 힘을 실어줬다.
손가락이 잘리는 참혹한 고문을 당한 뒤 참수됐으며, 이 과정이 녹취됐다는 보도가 나온 마당에 사우디 정부가 ‘쌍방 폭행’ 사건으로 사태를 정리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국제사회는 “사건을 은폐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우디는 용의자들 신원이나 몸싸움이 일어난 배경,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상황, 주검의 행방에 대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유엔과 유럽연합(EU), 프랑스, 영국 등은 투명한 수사를 촉구했다. 헤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그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한 사우디로의 무기 수출에 대해 긍정적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카쇼기가 기고를 해온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 프레드 라이언은 “사우디 정부는 지난 3주간 수치스럽고 연속적인 거짓말로 일관했다”며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았고, 모든 가능한 증거 대신 이제 자말이 싸우다 죽었다는 말을 믿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건 설명이 아니라 은폐”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나 이집트, 바레인, 아랍에미리트 등 아랍연맹 나라들은 사우디 정부를 두둔했다. 이집트 외무부는 “(사우디 정부의 발표는)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들에게 법적 조처를 하려는 열심과 의지를 입증한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중간선거 유세차 찾은 네바다주에서 기자들에게 “우리가 답을 찾을 때까지 만족하지 않는다”면서도, “이건 커다란 첫 발걸음이다. 좋은 첫 발걸음”이라며 사우디를 두둔해 거듭 도마에 올랐다. 리처드 블루먼솔 민주당 상원의원은 “사우디는 시간을 벌면서 사건을 덮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공화당 밥 코커 상원의원도 “그들의 얘기가 설득력이 있다고 가정해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날 카쇼기의 친구들은 이스탄불 사우디 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카쇼기의 주검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투란 키스락시 터키-아랍 언론연합 대표는 “우리가 그를 위해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그를 아끼는 모든 이들, 세계 지도자들이 이스탄불로 올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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