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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15 09:45 수정 : 2018.09.15 14:40

하산 로하니(왼쪽부터) 이란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월 터키 앙카라에서 시리아 평화협상 방안을 두고 의견을 나눈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앙카라/타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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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왼쪽부터) 이란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월 터키 앙카라에서 시리아 평화협상 방안을 두고 의견을 나눈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앙카라/타스 연합뉴스
8년째 진행 중인 현대사의 재앙 시리아 내전은 끝날 수 있나?

이 내전에서 사실상 반군 세력의 마지막 거점인 이들리브에 대한 정부군의 본격 공세가 초읽기에 들어간데다, 한때 맹위를 떨쳤던 이슬람국가(IS)의 마지막 은거지인 하진에 대한 시리아민주군(SDF)의 공세도 지난 10일부터 진행중이다. 시리아에서 반군과 이슬람국가 세력의 일소는 시간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내전의 주요 당사자였던 반군과 이슬람국가의 제거가 내전의 종식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리아 내전에는 여전히 다른 플레이어들이 막강히 존재한다. 내전 동안 이슬람국가 패퇴의 주역이 된 시리아민주군의 주축인 인민수비대(YPG) 등 쿠르드족은 현재 북서부 쪽에서 시리아 영토의 3분의 1을 영역으로 확보했다.

무엇보다도 그동안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온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보수왕정 국가와 시아파인 이란, 이스라엘 등 주변 국가, 미국과 러시아가 있다. 현재, 내전을 다른 국면으로 전환할 이들리브 공세에서 최대 변수는 터키이다.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부를 반대하는 터키는 현재 내전의 전황을 주도하는 러시아-이란-아사드 정부 축이 주도하는 아스타나 평화회담에 참여해 협력하고 있다. 터키의 후원을 받는 반군은 현재 이들리브 북쪽에 있는 시리아-터키 접경의 아프린을 장악하고 있다. 터키는 이들리브 공세가 시작되면 이 반군 세력까지 약화될 수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난민의 유입을 우려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이들리브 공세가 시작되면, 300만 주민 중 80만명이 터키 쪽으로 난민으로 유입될 것으로 본다. 이미 350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 중인 터키는 이런 난민을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7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러시아-이란-터키 정상회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들리브 공세를 반대하며 휴전을 제의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일축됐다.

하지만 이들리브 공세나 그 이후의 시리아를 둘러싼 세 나라의 관계나 협상이 결렬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가 완전히 파탄 상태가 된 에르도안 정부는 러시아 및 이란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다, 이미 전황을 장악한 러시아-이란-시리아 정부 쪽과 이들리브 이후의 시리아를 놓고 거래해야 한다. 터키는 12일부터 시리아 아프린과 접경 지역에 군사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알자지라> 등 언론들이 보도했다. 터키의 군사력 강화가 시리아 정부군의 이들리브 공세에 맞서려는 개입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프린으로까지의 진입과 난민 유입을 막으려는 방역선 구축이라고 <알자지라>는 터키의 군사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는 터키가 시리아 정부군의 이들리브 공세를 묵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 터키와 유엔도 이들리브의 주요 반군 세력인 알카에다 연계 ‘레반트자유기구’의 소탕 필요성을 인정했다. 문제는 이들리브 함락 이후이다. 내전에서 전투 국면은 종식됐다고 할 수 있고, 전세를 장악한 러시아-이란-시리아 정부 주도의 외교 트랙인 아스타나회의가 평화협상의 주도권을 쥘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전 초기부터 지속된 평화협상의 조건과 환경이 달라진 것은 없다. 내전의 근본 원인인 아사드 정권에 대한 다수 수니파 주민의 반대는 해결된 것이 없고, 그들을 대변할 세력은 오히려 증발한 셈이 됐다. 미국은 여전히 아사드 정권이 새로운 정부에 참여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이다.

러시아-터키-이란은 테헤란 정상회의에서 “협상된 정치과정”을 찾을 것이라고 하나, 정치적 해결이 무엇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내전 초기와 달라진 것은 아사드 정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고, 트럼프 미 행정부는 시리아에 대한 개입의지가 현저히 약화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타협할 의사를 비쳐온 것은 시리아 내전 평화협상의 최대 관건이 될 것 같다.

시리아는 2003년 미국이 침공한 이라크의 상황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국은 반미세력들이 벌이는 저강도 내전에 빠져버렸다. 러시아와 이란의 후원을 받는 아사드 정권은 시리아를 다시 형식적으로 장악했으나, 아사드 정권을 반대하는 다수 주민과 이에 기반해 국토 전역에 산개한 무장세력들로부터 끊임없는 테러와 소요, 봉기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아사드를 결사 반대하며, 이란의 영향력을 봉쇄하려는 이스라엘과 사우디 등 수니파 주변 국가들의 결의가 바뀐 징후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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