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9.05 11:06
수정 : 2018.09.05 14:08
러시아 전투기, 반군 최후 거점 이들리브 공습 시작
시리아 정부군의 이들리브 함락공세 전초전
러시아, 트럼프 경고 일축하고 ‘테러분자 소탕해야’
러-이란-터키, 오는 7일 테헤란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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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동구타 두마 지역에서 한 소년이 폭격을 맞아 처참하게 파괴된 건물들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동구타/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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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에서 반군 세력들의 최후 거점인 이들리브에 대한 러시아 전투기들의 공습이 시작됐다. 마지막 남은 반군 세력들을 몰아내려는 시리아 정부군의 지상군 공세를 지원하는 선제조처이다. 시리아 내전이 중대한 고비로 접어들고 있다.
러시아 전투기들은 4일 시리아 서북부 이들리브 주의 반군 세력 거점에 공습을 재개했다. 이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공습은 3주만에 재개된 것이다. 시리아 정부군은 현재 이들리브 주변에서 병력을 증강중이다.
런던에 본부가 있는 시리인권관측소는 러시아 전투기들이 서부 이들리브, 라타키아 주의 산악지대, 샬 알-가브 평원 등의 16곳 반군 지역에 약 30차례의 공습을 가했다고 보고했다. 이 단체는 러시아 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9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인테르팍스> 통신도 “흐메이밈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3대의 러시아 전투기가 20차례 공격을 가했다”며 “이들리브 서쪽과 하마 주 북쪽이 공습 목표가 됐다”고 보도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공습으로 인한 사상자에 관한 정보는 아직 없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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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시리아 정부군은 “테러분자들의 요람”을 청소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서북부 이들리브 주를 장악한 알카에다와 연관된 지하드 세력들이 시리아의 러시아 군기지들을 위협하고 내전의 정치적 해결을 가로막고 있다며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리브에 대한 무모한 공격은 수십만명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페스코프 대통령은 이 경고를 일축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시리아 전 상황의 아주 위험스런 부정적 잠재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경고를 하는 것은 불완전하고, 종합적인 접근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딜리브의 상황은 오는 7일 테헤란에서 열리는 러시아-이란-터키 정상회담의 최고 의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들리브 지역의 60%는 알카에다의 산하단체였던 ‘누스라 전선’을 전신으로 하는 ‘하예트 타흐리르 알-샴’(HTS, 레반트 자유기구)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 나머지 지역은 터키가 지원하는 반군 세력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리브에는 어린이 100만명을 포함해 약 300만명의 주민들이 거주하는데, 이 중 절반은 정부군의 공세를 피해온 반군 세력과 그 친지들이다. 정부군의 공세가 시작되면, 더이상 피할 곳이 없는 주민들이다.
유엔의 시리아 특사인 스테판 데미스투라는 이들리브에서 “피바다” 사태를 막기 위한 긴급히 조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민간인들이 안전한 지역으로 피할 수 있는 ‘인도적 회랑’ 설치를 교전 당사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는 터키의 태도가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리브의 일부 반군 세력들을 강력히 지원해온 터키가 어떤 태도를 취하냐에 따라서 시리아 정부군의 지상 공세 여부와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터키는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정부를 반대하고 있으나, 최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정면 대결하고 있다. 그동안 시리아 내전 문제에서 미국의 입장을 수용해온 터키는 미국에 대한 외교적 지렛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러시아 및 이란과의 협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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