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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9.04 16:59 수정 : 2018.09.04 20:55

시리아 반군인 ‘민족해방전선’ 대원들이 3일 이들리브주에서 정부군 공세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리브/AFP 연합뉴스

트럼프, 시리아 정부의 이들리브 공세에 경고
이란·러시아, “테러 분자들 일소시켜야”
유엔, 민간인 소개 위한 인도적 회랑 제안

시리아 반군인 ‘민족해방전선’ 대원들이 3일 이들리브주에서 정부군 공세에 대비한 훈련을 하고 있다. 이들리브/AFP 연합뉴스
8년째로 접어든 현대 세계사의 재앙인 시리아 내전이 중대 고비로 접어들고 있다. 반군의 마지막 거점에 대한 정부군의 공세가 임박한 가운데 미국과 유엔은 민간인 피해를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트위터에서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이들리브주를 무모하게 공격해서는 안된다. 러시아와 이란은 이 잠재적 인간 비극에 참여하는 중대한 인도적 실수를 하려고 한다.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죽을 수 있다. 그걸 일어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도 트위터에 “이들리브에서 아사드, 러시아, 이란의 행동들을 모두가 주시한다. #화학무기 반대”라고 적었다. 미국 국무부는 이날 워싱턴은 시리아 정부나 그 동맹국들의 어떠한 화학무기 공격에도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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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도 이들리브에 대한 공세는 “민간인 피바다”로 귀결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스테판 데 미스투라 유엔 시리아 특사는 만약 시리아 정부가 이들리브에 대해 위협하던 공세를 강행하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부터 정부군에 본격적으로 패퇴당하는 반군 세력은 현재 서북부의 이들리브 지역을 마지막 거점으로 하여 버티고 있다. 이들리브에는 약 300만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고, 주민 중 절반은 정부군의 공세를 피해 피난온 반군 세력들의 친지들이다.

바샤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오른쪽)이 3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다마스쿠스/AP 연합뉴스
시리아 정부와 동맹국인 러시아, 이란은 이들리브 공세를 재촉하고 있다. 특히 이란과 러시아는 이들리브가 과격 이슬람주의 무장세력에 의해 점거되고 있다며, 테러 세력 척결을 위한 탈환 공세는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를 방문한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들리브에 남은 지역의 잔여 테러 분자들은 척결돼야만 하고, 이 지역은 시리아 국민의 통제 하에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모든 시리아 영토는 보전돼야만 하고, 모든 분파와 단체들은 통일해서 재건 단계를 시작해야만 한다”며 반군 세력 소탕 뒤 아사드 정부 주도의 국가 재건을 시사했다.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3일 반군이 점령한 이들리브의 상황을 무한정 감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시리아 정부는 이들리브의 무장세력을 일소할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들리브에 있는 주요 반군 단체는 알카에다의 산하 세력이었던 ‘하예트 타흐리르 알-샴’(HTS, 레반트 자유기구)이다. 시리아 내전 초기에 결성된 알카에다 조직인 누스라전선이 모태인 레반트자유기구는 이들리브주의 60%를 통제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와 그 동맹국들은 레반트 자유기구의 존재를 이들리브 탈환 공세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또 레반트 자유기구는 과거 휴전 결의나 이들리브가 포함된 ‘긴장 완화 지대’ 결성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드미스투라 유엔 특사도 지하디스트를 패퇴시켜야 하나, 수천명의 민간인 목숨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는 민간인들이 임시로 소개될 수 있는 ‘인도적 회랑’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인도적 회랑 설치를 위해 개인적으로 이들리브를 방문하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와 동맹국들은 미국 등 서방이 우려하는 화학무기 공격이 조작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왈리드 무알렘 시리아 외무장관은 이들리브의 반군 세력이 정부군에 책임을 돌리고 미군의 군사 보복을 이끌어내려고 화학무기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군사력에서 우위를 보이며 반군 세력을 패퇴시킨 시리아 정부군이 국제적 비난을 살 화학무기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 쪽은 최근 지중해에서 해군력 증강 및 연합훈련을 실시해, 시리아 정부군의 이들리브 공세 때 미국 등 서방의 개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최근 3주간 지중해에 있는 러시아 함대에 순양함과 잠수함 등 8척 이상의 군함이 추가됐고, 일부 군함에는 크루즈미사일이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언론 보도를 보면, 현재 지중해 러시아 함대에는 모두 15척가량의 함정이 배치돼 있다. 러시아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지난 28일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러시아가 지중해에 강력한 군대를 파견하도록 했다”며, 지중해에서 러시아의 해군력 증강을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미국 등 서방의 보복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이들리브의 ‘테러 분자 온상’은 척결돼야만 한다며 최근 시리아 근해에서 한 해군 훈련을 정당화했다.

시리아와 동맹국들은 이들리브 탈환 공세를 위한 마지막 외교 절차를 밟는 것으로 보인다.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주 터키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을 만났다. 터키는 반아사드 반군 세력을 지원하고 있으나, 최근 러시아 및 이란과 함께 시리아 내전 해결을 위해 밀접히 협력하고 있다.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리는 시리아 평화회담에 적극 참여하는 세 나라의 정상들은 조만간 테헤란에서 회동해 시리아 내전 해법을 논의한다.

터키는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반군 세력을 지원하나, 시리아 내전에서 세력을 확장한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운동이 터키로 전파되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다. 이란도 쿠르드족의 분리독립 반대에는 터키와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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