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8.07 15:38
수정 : 2018.08.07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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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1월 4일, 테헤란에서 이란의 과격파 학생 시위대가 시위 도중 미국 대사관으로 난입 뒤 미국의 주 테헤란 미국 대사관이 철수 하면서 미국의 대사관 벽면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 이란 전사들의 모습과 미국을 규탄하는 걸개 그림들. 6월 28일(현지 시각) 모습. 최근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과 관련 미국에 대한 반미 감정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테헤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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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시작부터 유럽연합 “따르지 않겠다” 반기
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의 협조 여부도 불투명
이란 핵개발 뿌리 뽑긴커녕 극단적 선택 부추길 수도
이란 “미국, 칼로 찌르며 대화 요구…후회하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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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1월 4일, 테헤란에서 이란의 과격파 학생 시위대가 시위 도중 미국 대사관으로 난입 뒤 미국의 주 테헤란 미국 대사관이 철수 하면서 미국의 대사관 벽면을 비롯한 시내 곳곳에 이란 전사들의 모습과 미국을 규탄하는 걸개 그림들. 6월 28일(현지 시각) 모습. 최근 이란과 미국의 핵협상과 관련 미국에 대한 반미 감정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테헤란/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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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 외교’의 상징인 미국의 대이란 경제제재가 7일 부활했다. 유럽연합(EU)이 곧바로 이를 거부하겠다며 반기를 든데다 중국 등 주요국의 협조도 기대할 수 없어 ‘강력한 제재를 통해 이란을 굴복시킨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초강경 외교’가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미국 등 주요국들과 이란이 2015년 7월 합의한 ‘이란 핵협정’(JCPOA)에 따라 중단했던 대이란 제재를 부활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7월 오전 0시1분(한국시간 7일 오후 1시1분)부터 △이란 정부 달러 매입 금지 △이란 자동차 분야 거래 금지 △흑연·철강·석탄 등 거래 금지 등을 뼈대로 한 대이란 1차제재가 부활했다. 미국은 11월5일엔 △이란산 석유 수입 금지 △이란 중앙은행 등과 거래 금지 등의 내용이 포함된 2차 제재를 발동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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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서명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 핵협정에 대해 “끔찍하고 일방적인 합의로 이란이 핵폭탄을 확보하는 길을 막는다는 근본 목적을 달성하는데 실패했다”고 평가하며 “우린 모든 나라가 이란 정권이 그들의 위협 행위와 파괴적인 행동을 고치고 세계 경제와 재통합할지 아니면 경제 고립이라는 내리막길을 계속 걸어갈지 선택하도록 이 조처들을 취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란 핵협정을 유럽 안보의 주요 기둥이라 여기는 유럽연합은 즉각 반기를 들었다. 이란 핵협정 당사국인 영국·프랑스·독일 외교장관과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공동성명에서 “이란 핵협정은 시행되고 있고,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협정은 세계의 비핵화에 핵심 요소이고, 유럽과 지역 그리고 전세계 안보에 필수불가결하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어 “우린 이란에서 합법적으로 사업하고 있는 유럽 경제주체들을 보호하기로 결정했다.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방어 조항’(blocking statute)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어조항이란 유럽연합의 역내 기업이 외국의 특정 법률을 따르는 것을 금지하고, 이에 대한 외국 정부의 판결이 자국에서 효력을 갖지 못하게 하는 법 조항을 뜻한다. 이들은 또 “이란과 효율적인 금융 채널을 유지하고, 이란의 석유와 가스 수출이 계속되도록 노력해 갈 것을 서약한다”며 유럽이 힘을 합쳐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기능하지 못하도록 막겠다고 선언했다.
세계 2차대전 이후 70년 넘게 세계 질서를 유지해 온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하나의 외교 현안에 이처럼 노골적인 의견 대립을 노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뉴욕 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이란에 더 강한 제재를 가하면 이란이 결국 굴복해 핵 계획을 포기할 것이란 입장이지만, 유럽 동맹국들은 이 협정이 이란이 핵 야망을 늦추고 마침내 끝낼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나아가 동맹국들과 세계 주요 국가들의 교감을 얻지 못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주의가 유럽, 중국, 러시아 등이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시스템을 우회하는 길을 만들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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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백악관에서 대이란 1차 경제제재를 부활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미 국무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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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은 유럽연합이 미국을 향해 큰 소리를 치긴 했지만, 미국의 대이란 제재의 성패를 가를 진정한 ‘핵심 변수’는 중국의 동향이라고 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국 정부의) 제재 위협으로 유럽 기업들은 이란 시장에서 빠져 나오고 있지만, 중국은 (제재가 발동한 뒤에도) 이란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24%)이고, 미국과 양보 없는 무역전쟁을 벌이는 중이다. 또, 한반도와 남중국해 등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건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중국의 국영 기업들은 이미 미국 시장에 대한 노출을 제한해 놓고 있어 이란과 계속 거래할 수 있다. 다른 현안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양보를 얻지 않는 한 이란과의 거래를 결정적으로 줄이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바마 정부 시절 국무부에서 이란 핵협정 과정에 참여했던 재럿 블랑은 <뉴욕 타임스>에 “중국의 협력 없이 이란에 목을 죄는 제재를 시도하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대이란 강공책이 북한에서 그랬듯 거꾸로 이란의 핵 개발을 가속화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로하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이 나온 뒤 국영 방송에 출연해 “미국은 한편에선 칼로 찌르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결정을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이미 세계에서 고립돼 있다”고 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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