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29 09:50
수정 : 2018.07.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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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카이로 법원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 주도자들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피고인들은 유리와 철망으로 된 막 뒤에 갇힌 채로 공판에 참석했다. 카이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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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 항의 700명 집단재판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등에 대거 사형 선고
앰네스티 “지독히 불공정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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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카이로 법원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 주도자들에 대한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피고인들은 유리와 철망으로 된 막 뒤에 갇힌 채로 공판에 참석했다. 카이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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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무함마드 무르시 전 이집트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한 군사 쿠데타에 저항한 인사 75명에게 사형이 선고됐다.
카이로 형사법원이 28일 무르시 전 대통령의 축출 뒤 발생한 폭력 사태를 야기한 혐의로 75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비비시>(BBC)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에는 무슬림형제단의 고위 지도자들인 잇삼 에리안과 무함마드 벨타기, 저명한 이슬람 전도사인 사프와트 히가지가 포함됐다.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 중 44명은 투옥중이며, 나머지 31명은 검거되지 않아 궐석재판으로 진행됐다. 이들과 함께 재판에 회부된 나머지 660명에 대한 판결은 9월8일에 내려진다. 이집트 법은 사형이 선고되면 이슬람법의 최고 재판관 역할을 하는 최고 무프티에게 최종 의견을 묻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고 무프티의 의견은 구속력이 없기는 하나 거의 수용돼 왔다.
‘아랍의 봄’으로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가 쫓겨난 뒤 선거로 뽑힌 무르시 전 대통령이 2013년 7월 쿠데타로 실각하자, 이집트 전역에서는 항의 시위가 속출했다. 특히 한 달 뒤인 8월에는 카이로의 라바아 아다위야 광장에서 연좌농성 중인 시위대를 군이 무력으로 진압해 600여명의 시위대와 군경이 사망했다. 이 충돌 뒤 이집트 군사정부는 무르시 전 대통령이 소속됐던 무슬림형제단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하고 불법화했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이번 재판은 “지독히 불공정”하며 헌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2013년 충돌로 수천명이 체포됐으나, 연루된 군경 인사들은 조사나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집트 법원은 2014년에도 무르시 전 대통령의 지지자 529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다시 재판 재기가 결정됐다. 2013년 쿠데타를 주도한 압둘파타흐 시시 대통령의 집권 이후 남발된 사형 선고의 다수는 아직 집행되지 않았으나, 이집트 인권단체들은 최근 들어 처형이 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집트의 현대 지도자들 중 가장 강력한 억압 정치를 펼치는 엘시시 대통령에 대해 최근 소셜미디어를 이용한 저항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집트의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시시, 물러가라’라는 구호가 29일에 5만 차례 이상이나 유포되며 가장 많이 전달된 구절이 됐다. ‘#시시, 물러가라’는 지난달 말 며칠 동안 거의 30만건이나 리트위트됐다가 이번 집단 사형 선고를 계기로 다시 확산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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