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05 10:49
수정 : 2018.07.05 21:34
이란 혁명수비대 “이란 석유 수출 막으면, 어떤 선박도 해협 못 지날 것”
호르무즈 해협은 원유 수입량의 80%가 지나는 한국 경제의 생명선
트럼프 행정부 ‘일방주의’가 한반도 타격한 꼴…현실화되면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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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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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혁명수비대가 미국이 자국의 원유 수출을 막는다면 주요 해상 운송 통로로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상당량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일방적으로 탈퇴한 이란 핵협정을 유지하고 경제 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이란판 ‘벼랑 끝 전술’로 해석된다.
이스마일 코사리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은 4일 “만약 그들이 이란의 석유 수출을 막길 원한다면 우리는 어떤 석유 선박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 중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관영 <이르나>(IRNA) 통신을 통해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제로로 줄이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생각해보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위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들이 생산한 원유가 세계로 수출되는 주요 통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 자료를 보면, 2013~2016년 이 해협을 통과한 하루 원유 물동량이 1660만~1850만배럴(전체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30%)에 이른다. 이 같은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이란은 핵 개발 의혹과 관련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뤄질 때마다 ‘해협 봉쇄’ 카드를 사용해 왔다.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임 대통령 시절인 2011~2012년엔 해협 주변에서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고 잠수함을 배치하는 군사훈련을 진행하며 한껏 긴장감을 높인 바 있다. 당시에도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은 “이란한텐 단 한 방울의 석유도 통과시키지 않을 능력이 있다”고 위협했다.
이란의 경고대로 이 해협이 봉쇄되면 한국은 직접 타격을 입게 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3월 자료를 보면, 한국 정부는 2017년 전체 원유 수입의 77.3%를 중동에 의존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경제의 ‘생명선’인 에너지 수입이 중단된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외국의 군사 공격을 받는 것 다음으로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2015년 일본 헌법이 금지해온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식화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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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한 유전에서 석유 시추를 위해 설치한 시추봉 위 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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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란이 진지하게 봉쇄를 검토하는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미국이 예고한 경제 제재를 완화하려는 계산된 경고라는 분석이다.
한동안 잠잠하던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국제정치의 전면에 등장하게 된 것은 지난 5월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 개발을 봉인해온 핵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면서 “전례 없는 강력한” 경제 제재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달 26일 세계 각국에 “11월4일까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예외 없이 ‘제로’로 줄일 것”을 요구했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로하니 대통령은 5일 빈에서 핵협정 참여국인 영국·프랑스·독일·중국·러시아와 협정 유지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이란은 미국의 이번 제재도 극복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핵협정에 서명한 주요국들이 이란의 이익을 보증한다면 “미국 없이도 협정에 잔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고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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