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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6.30 05:00 수정 : 2018.06.30 10:50

14일(현지시각) 요르단 암만 시내 전경. 암만/김봉규 선임기자 bong9@ahni.co.kr

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요르단 취재 뒷얘기-전란 속 평화롭고 안전한 나라

석유 없어 중계무역으로 성장
전쟁으로 국경 막혀 수출 ‘뚝’
실업률 18% 수년째 고공행진
물 부족도 극심해 제한급수
“요르단이 안전해 난민 오는 것
아랍인 모두 형제, 함께 살아야”

14일(현지시각) 요르단 암만 시내 전경. 암만/김봉규 선임기자 bong9@ahni.co.kr

세계 최고 수준의 난민 수용국가인 요르단의 국민들은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난민들이 그들의 삶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자동차 공유 서비스 ‘우버’의 운전자인 바셈은 10년 전에 한국에 들어와 중고차를 수입했다고 한다. 간단한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그는 장한평, 답십리 등 서울의 지명을 기억했다. 그에게 “한국어를 언제 배웠느냐”고 묻자 “옛날에”라고 답했다. 한국에서 ‘옛날’이 가리키는 시점은 무척 넓다. 그에게는 그리 오래전이 아니었다.

바셈은 중고차 무역업을 몇년 전에 접었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옛날’에는 벌이가 제법 쏠쏠했다. 이젠 친구와 함께 자동차가 아닌 작은 물품들로 소규모 무역을 한다. 우버는 아르바이트 삼아 하루에 몇시간 정도 한다. 그는 “우버로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고 했다. 우버는 요르단에서 불법이어서 경찰에 적발되면 비싼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런 위험에도 그는 평화원정대를 태워준 뒤 3디나르(우리돈 약 5000원)를 벌었다.

시리아 내전과 아이에스(IS·이슬람국가)의 발호는 요르단 주변국을 전쟁으로 내몰았다. 요르단은 경제적인 타격을 입었다. 중동에서 거의 유일하게 석유가 나지 않아 부유하지 않지만, 요르단은 중계무역으로 경제를 이끌어왔다. 홍해에 접한 유일한 항구도시 아카바를 통해 수입한 물품을 이웃 시리아와 이라크로 수출해 돈을 벌었다. 그러나 전쟁으로 국경이 폐쇄되고, 수출할 물품은 발이 묶였다. 시리아와 이라크는 인구 1천만명이 안 되는 요르단보다 훨씬 큰 시장이었다. 이라크와의 교역 거점 지역인 자르카의 수출 실적은 2014년 여름부터 큰 폭으로 하락했다. 우버 운전자 바셈이 중고차 무역업을 접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이민호 코트라 암만무역관 부관장은 “예전엔 이라크로 들어가던 화물차가 하루 100대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10대도 안 된다. 국경 검문소에서 화물을 모두 내려 보안검사를 하니, 시간과 비용 문제로 수출 자체가 어려운 상태다”라고 전했다. 한국의 요르단 수출 규모도 2014년 13억8300만달러에서 지난해엔 6억4700만달러로, 반토막 난 상태다. 한국은 그동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을 많이 수출했다.

무역 감소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졌다. 실업률은 2014년 11.88%, 2015년 13.08%, 2016년 15.28%에 이어 지난해엔 17.9%를 찍었다. 25∼39살 실업률은 41.3%나 된다. 요르단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 역시 취업이다. 요르단의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높은 실업률은 난민에 대한 경계심리로 이어지고, 난민이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 요르단에는 이주노동자가 많이 들어와 있다. 남성 이주노동자의 경우 이집트 출신 비율이 가장 높다. 그들의 모습은 식당이나 상가, 주유소에서 쉽게 눈에 띈다. 그들도 요르단 경제가 움직이는 데 기여한다.

17일(현지시각) 요르단 이르비드의 골목길에서 휴일을 맞은 동네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이르비드/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난민은 물 부족 문제도 함께 떠올렸다. 요르단의 특이한 풍경 가운데 하나는 집집이 옥상에 설치한 물탱크다. 물탱크를 놓는 이유는 상수도가 하루 또는 이틀만 공급되기 때문이다. 요르단은 물이 부족해 제한급수를 한다. 물이 나오는 날 물탱크를 채우고 일주일 동안 아껴 쓰는 방법이다. 물탱크의 물이 떨어지면 30디나르를 주고 물차를 불러야 한다. 요르단 수자원부는 물 사정이 악화된 주요 원인으로 시리아 난민의 급격한 유입을 꼽는다. 요르단은 물 부족 국가 4위에서 2위가 됐다.

하지만 요르단 시민들은 난민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라고 요구하는 집회나 시위를 하진 않는다. 암만에서 만난 한 여성은 “아랍인들은 모두 형제다. 시리아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나 당연한 ‘형제애’의 속내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 여성은 “물가가 크게 오르고 생활여건이 나빠진 게 시리아 난민들 때문”이라고 했다. 난민 유입으로 재정난을 겪는 요르단 정부는 긴축정책과 세금 인상으로 대응해 국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요르단 사람들한테서는 남다른 자부심도 엿보인다. 현지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요르단은 안전하다”이다. 인권운동을 하는 아룹 수브흐는 “요르단이 평화로운 나라이기 때문에 난민이 오는 것”이라고 했다. 평화가 없으면 안전도 없는 이치를 잘 아는 요르단 사람들은 난민과의 공존을 위해 어려움을 감내하며 해법을 찾아가고 있었다.

암만/이완 기자 wani@hani.co.kr

15일(현지시각) 요르단 암만의 한 마을에서 아이들이 그네를 타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다. 암만/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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