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6.14 11:48
수정 : 2018.06.14 15:52
|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이 13일 호데이다 외곽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구호물자 보급항 호데이다 점령 공세
예멘내전에서 최대 전투 발발
주민 800만명 아사 위기 악화
|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의 지원을 받는 예멘 정부군이 13일 호데이다 외곽에서 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
3년 동안 지속되는 예멘 내전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연합군이 반군의 요충지를 점령하는 최대 공세에 들어갔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연합군과 예멘 정부군은 13일 후티 반군 지역의 보급 요충지인 호데이다항을 점령하는 대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 공세로 반군 지역에 대한 보급 물자가 차단되며 인도적 위기가 심화되는 한편 내전의 향방 역시 중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재발한 예멘 내전은 시아파의 한 분파인 후티 반군이 2015년 수도 사나를 점령하자, 사우디 등 걸프 지역의 수니파 보수 왕정 국가들이 개입했다. 사우디 등 수니파 보수 왕정 국가들은 후티 반군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다며 개입해왔다. 후티 반군 쪽도 사우디의 개입에 맞서 사우디 수도 리야드 인근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대응해왔다.
홍해 입구에 접한 예멘은 사우디의 안보와 직결되는 중동의 지정학적 요충에 자리 잡고 있다. 사우디 등은 예멘이 후티 반군에 의해 장악되면 자신들의 안보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에서 이란이 주도하는 시아파 세력이 확장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 등의 개입으로 예멘 내전은 중동의 국제전으로 악화되어 왔다.
연합군의 공세는 호데이다의 공항 및 남부 쪽에 집중되고 있다. 연합군에 참가한 아랍에미리트연합 쪽은 이날 공세에서 자신들의 병사 4명이 숨지고, 후티 반군 22명도 사망했음을 확인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의 통신 <왐>은 연합군이 “공항 주변 지역을 해방”했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수십명의 반군들을 사로잡거나 사살했다고 보도했다. 연합군 소식통들은 이날 호데이다 외곽의 후티 반군 거점들에 18차례의 공습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 쪽도 미사일로 연합군의 전함을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직접 후티 반군 지역의 주요 도시 점령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이 전투는 예멘 내전 사상 최대 규모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이 예멘 내전에서 주요 도시를 침공하는 공세로 전환한 것은 최근 미국의 이란핵협정 탈퇴로 심화되는 이란 옥죄기에 편승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사우디 등은 이란의 영향력 차단을 명분으로 예멘 내전의 판도를 바꾸려는 것으로 보인다.
홍해로 들어가는 입구에 자리잡은 호데이다는 예멘 내전에서 국제사회의 구호품이 들어가는 통로다. 이번 전투로 구호품 공급이 차단되는 것은 물론이고, 호데이다의 60만 주민들도 극심한 인도적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내전 3년 동안 예멘에서는 800만명이 아사 위기에 빠지고 콜레라가 창궐하는 등 극심한 인도적 재앙을 겪고 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호데이다에 대한 아랍 연합군의 공격 때문에 어린이 30만명이 위험에 처했고, 추가로 수백만명에 대한 원조가 차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엔은 안보리는 14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태를 논의한다. 유엔 외교관들은 사우디 등에 호데이다 공격을 연기하라고 촉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사우디와 가까운 미국과 영국은 이번 공격을 억제하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