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22 15:34
수정 : 2018.05.2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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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1일 미 워싱턴의 보수계 씽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이란에게 12개 항목의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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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이란에 12개 요구사항 발표
핵 계획 포기·IAEA 사찰 수용·시리아 철수 등
“거절하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제 부과” 선언
이란 “받아들일 수 없다…체제 전복 원하냐”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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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21일 미 워싱턴의 보수계 씽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이란에게 12개 항목의 요구안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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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란에 핵무기 제조를 위한 우라늄 농축과 플루토늄 생산을 포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전폭 수용하며, 시리아 주둔 병력을 철수하라고 요구했다. 이란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잔뜩 쏟아내 결국 체제 전복을 시도하려는 게 아니냐며 반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21일(현지시각) 미국 보수 싱크탱크인 해리티지재단 강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파기를 선언한 이란 핵협정에 대해 “근본적인 결함으로 세계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핵개발 계획의 완벽한 공개와 영속적인 포기 △우라늄 농축 정지와 플루토늄 생산 단념 △국제원자력기구 사찰 전폭 수용 △핵탄두 탑재 가능한 미사일의 발사와 확산 정지 △테러조직 지원 금지 △시리아에서 모든 부대 철수 △이스라엘 등 주변국들에 대한 위협 금지 등 무려 12개 항목을 요구했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에 독일을 더한 6개국은 2015년 핵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고농축 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을 15년간 생산하지 않고, 농축 우라늄과 원심분리기 수를 크게 제한하는 내용의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을 이란과 체결했다. 미국 등은 그 대가로 경제 제재를 풀기로 했다. 이 협정은 평화적 목적으로 핵을 이용할 이란의 권리를 인정하며 무기화는 막는 일종의 타협안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협정 탈퇴를 선언하며 “이란의 핵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동맹국들과 참되고 포괄적이며 지속성 있는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구체적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이란은 맹렬히 반발했다. 특히 핵 문제와 직접 관련 없는 시리아 내전, 헤즈볼라·하마스에 대한 지원까지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관영 <이르나>(IRNA) 통신을 통해 “핵 기술과 관련해 이란과 전 세계가 무엇을 할지 결정하려는 당신(폼페이오)은 누구인가. 이란인들은 이런 성명을 수백 번 들었다.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란은 국가 예산의 30%를 원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경제 제재가 재개되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은 이란을 굴복시키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 체제 전환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수전 말로니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도 트위터를 통해 “폼페이오는 전략 대신 미국이 이란의 체제 전환을 시도하려 한다고 해석될 수 있는 희망 섞인 생각들을 보여줬을 뿐이다. 솔직히 말해 헛소리”라고 비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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