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5.11 20:42 수정 : 2018.05.11 20:47

한 이스라엘 군인이 10일 시리아와 이스라엘 국경에 있는 골란고원에서 메르카바 마크 4호 탱크 옆에 서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시리아에 주둔 중인 이란군의 로켓 공격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이란군의 무기고와 보급시설, 정보센터 등 수십 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골란고원/AFP 연합뉴스

이스라엘,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직후부터 이란 공격
미국의 핵협정 탈퇴 논란 불식하고 시리아 내 이란 세력 거세
시리아 내전 전선이 이스라엘-이란 대결로 바뀔 조짐

한 이스라엘 군인이 10일 시리아와 이스라엘 국경에 있는 골란고원에서 메르카바 마크 4호 탱크 옆에 서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시리아에 주둔 중인 이란군의 로켓 공격에 대한 보복 성격으로 이란군의 무기고와 보급시설, 정보센터 등 수십 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골란고원/AFP 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을 도발하고 있다. 외신들은 이스라엘이 이란에 견디기 힘든 군사공격을 가해 무력 대응을 끌어내려는 ‘미끼’를 던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이 공격에 반응하면 미국의 일방적인 탈퇴로 큰 위기에 봉착한 이란 핵협정이 사실상 끝장나고, 참고 견디면 시리아 내 이란의 군사 거점 유지가 힘들어진다. 시리아 내전의 주전선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대결로 바뀌는 양상이다.

이스라엘은 10일(현지시각) 자국 전투기들이 시리아 내의 이란 군사시설을 ‘거의 전부’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요나탄 콘리쿠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시리아 내에 있는 70개의 이란 쪽 목표물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공습 목표물에는 이란의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 소속 알쿠드스 부대의 병참본부, 정보시설, 다마스쿠스 북부의 이란 군사시설 등이 포함됐다.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시리아 내의 거의 모든 이란 시설물”을 공격했다고 했다. 이란은 2011년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뒤, 같은 시아파인 바샤르 아사드 정권(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이 약화되자 정예 병력을 파견해 지원해왔다.

이스라엘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이란 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지 불과 1시간 만에 시리아 다마스쿠스 남쪽 키스와의 이란군 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에 맞서 이란 알쿠드스 부대는 10일 오전 이스라엘과 시리아가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골란고원 내 이스라엘 초소에 20발의 로켓포를 쐈다. 그러자 이스라엘이 전투기를 동원해 시리아에 전개된 이란 군사력에 대한 전면 공습을 단행한 것이다. 리베르만 국방장관은 “비가 여기(이스라엘)에 내리면 거기(이란군 쪽)에서는 홍수가 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란이 시리아를 이스라엘을 겨냥한 전초기지로 바꾸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게임 판에서 이란에 미끼를 던져 덫에 걸리게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이 후원하는 정부군이 다시 우위를 회복하자 대응에 부심해왔다. 이스라엘은 전황이 아사드 정권 쪽으로 결정적으로 기운 2월부터 시리아 내 이란 군사력에 대한 공격을 간헐적으로 했지만, 이란은 대응을 자제해왔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핵협정 탈퇴 이후 고심하는 이란을 공격하는 데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강하게 저항해 이번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돼도 좋고, 이란이 인내심을 발휘해도 잃을 게 없다. 이란이 저항하면 시리아 내전에 본격 개입할 명분을 확보할 수 있고, 이란이 대응하지 않으면 시리아에 전개된 이란 세력을 거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은 힘든 전략적 선택에 직면해 있다.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주요국들이 핵협정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한 미국을 비난하며 협정 존속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섣부른 움직임은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그렇다고 계속 당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0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골란고원에 대한 이란의 공격을 비판하며 “중동 지역의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구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추가 긴장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시리아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이 정면충돌하면 유럽은 더 이상 이란 편을 들 수 없게 되고 핵협정은 정말 끝장나게 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