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원정대-희망에서 널문까지
③ 케냐 숲복원운동과 여성의 삶
1960년대 영국서 독립하던 무렵
돈이 되는 커피나무를 심으려고
토종나무 베어내자 물 말라버려
식수·식량난에 땔감도 못 구해
“남자들은 멀리 돈벌이 떠나고
여자들은 수㎞씩 걸어 오가며
땔감 구하고 수십ℓ씩 물 길어”
집안 돌보다 유산하거나 죽기도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각) 케냐 니에리주 키리아 마을이 빽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지역은 주민들이 그린벨트운동본부와 함께 1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고 가꾼 뒤부터 가뭄과 홍수, 토지 황폐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났다. 키리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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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현지시각) 케냐 나에리주 키리아에서 주민 리다아 가티가 한겨레평화원정대와 인터뷰 하고 있다. 키리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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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심기 운동이 만들어낸 반전 “자, 이 샘물을 봐요”
지난 4일 오후(현지시각) 케냐 니에리주 키리아의 숲속 우물에서 줄리어스 기타이가가 물을 마시고 있다. 홍수와 가뭄 피해가 번갈아 반복되던 이 지역에 주민들이 100만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고 가꾼 덕에 지금은 건기에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키리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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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에리주 키리아마을은
1991년 그린벨트운동 접한 뒤
씨앗 받아 심은 나무들이 숲 변신 물 마르지 않고 흙도 비옥해져
작물 생산 늘자 주민 건강해지고
닭 키우고 과일 팔아 소득도 늘어
황폐화한 마을에 다시 평화가 비극으로 끝날 듯하던 줄거리는 이들이 1991년 그린벨트운동(GBM)을 만나면서 반전으로 나타났다.(상자기사 참조) 같은 니에리주의 이히테 마을 출신으로 나이로비대 교수이던 왕가리 마타이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나무 심기 운동을 제안했다. 마타이는 일찌감치 남벌의 최대 피해자는 여성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마타이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내게 ‘여성들을 더 모으고 나무 심기와 소득 증대를 위한 활동을 통해 환경을 보존하도록 가르치라’고 하더군요.” 가티가 말했다. 주민들은 그레빌레아를 비롯해 자귀나무, 왕벚나무, 아프리카올리브, 코르디아 등 커피나무에 밀려 사라진 토종 나무의 씨앗을 받아 모종을 만든 뒤 이를 황폐해진 밭 주변과 산에 옮겨 심는 작업을 꾸준히 벌였다. 변화는 확실했다. 두께가 굵지 않은 대신 매우 빨리 자라는 그레빌레아는 다시 훌륭한 땔감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여성들은 더는 장작을 찾으러 몇 시간씩 헤매지 않아도 됐다. 산의 나무가 굵어질수록 바짝 마른 동네 우물도 한 해 내내 마르지 않는 샘이 됐다. 물통을 이고 몇 킬로미터씩 돌아다니는 여성의 모습도 사라졌다. 그린벨트운동 쪽 지도를 받아 밭 인근에 자그마한 저류조를 만들어 빗물을 모으는 한편 나뭇잎과 썩은 나무, 재를 이용해 만든 생태친화적 퇴비를 밭에 뿌리자 흙이 비옥해졌다. 콩과 옥수수의 생산량이 늘고 카사바, 얌 같은 뿌리식물도 굵직해졌다. 여성과 아이들의 영양 상태도 좋아졌다. 가구 소득도 늘었다. 그린벨트운동 쪽 훈련을 받아 닭, 토끼, 염소 등을 집에서 키운 뒤 내다 팔면서부터다. 아보카도와 마카다미아 등 과일을 길러 팔면서 생기는 부수입도 짭짤하다. 거주지와 숲에 50만그루씩 모두 100만여그루를 심은 나무가 자라자 땔감이나 가구용으로 팔아 얻은 수입 또한 쏠쏠하다는 게 부부의 증언이다. “되살아난 샘물을 보러 갑시다.” 부부의 제안을 받고 이동하려는데, 지붕 끝 처마에 설치된 빗물받이와 함께 한 곳으로 연결된 끝에 설치된 대형 물탱크가 눈에 들어온다. 이 집에서 물을 조달하는 일종의 자연창고다. 집에서 차로 3분 거리의 숲으로 갔다. 10에이커(약 4만4000㎡) 면적에 나무가 고루 자라고 있다. 큰길가엔 수천개의 나무 모종이 작은 화분에 담겨 자라고 있다. 모두 숲에서 자란 씨앗을 발아시킨 것이다. 다 자란 나무를 베어내고 그 자리에 꾸준히 모종을 심는 덕에 숲은 마르지 않는다. “자, 보세요.” 기타이가가 숲의 한쪽을 가리켰다. 한국에서 웬만한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보다 많은 물이 파이프를 타고 콸콸 뿜어져 나왔다. “지금이 우기라 수량이 평소보다 좀 많긴 하지만, 가물 때도 이 샘물은 끊이지 않고 나와요. 부근을 지나다니는 초등학생 녀석들이나 인근 주민들의 식수로도 활용되고 있죠.” 그가 두 손을 모아 물을 받아 마시며 상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가티가 그를 바라봤다. 어딘지 나무를 닮은, 평등과 평화의 얼굴이었다.
집 앞에서 포즈를 취한 리다아 가티(왼쪽)·줄리어스 기타이가 부부. 키리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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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원정대가 케냐에서 만난 버지니아 완지루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한 장의 평화’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완지루는 ‘자유’를 뜻하는 ‘위야디’(키쿠유족어)를 를 평화의 뜻으로 풀었다. 마라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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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원정대가 케냐에서 만난 유니스 완지루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한 장의 평화’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완지루는 ‘하나됨’을 뜻하는 ‘비과노‘(키쿠유족어)를 를 평화의 뜻으로 풀었다. 마라과/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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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원정대가 케냐에서 만난 리다아 가티(왼쪽)·줄리어스 기타이가 부부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한 장의 평화’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가티와 기타이가는 각각 ‘행복’과 ‘건강’을 뜻하는 ‘기케노’와 ‘우기마’(키쿠유족어)를 평화의 뜻으로 풀었다. 키리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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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원정대가 케냐에서 만난 데이비드 카마우가 자신이 생각하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한 장의 평화’를 들어 보여주고 있다. 카마우는 ‘물은 생명이다’를 뜻하는 ‘마지 니 우하이’(스와힐리어)를 평화의 뜻으로 풀었다. 나이로비/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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