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08 15:27
수정 : 2018.05.08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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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총선이 치러진 6일 레바논 남부 빈트 즈베일에서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이들이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초상화를 차에 매단 채 달리고 있다. 빈트 즈베일(레바논)/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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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지원 받는 헤즈볼라와 지지세력 의석 의회 과반 육박 전망
‘철천지 원수’ 헤즈볼라-이스라엘, 지역 라이벌 이란-사우디 갈등 커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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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총선이 치러진 6일 레바논 남부 빈트 즈베일에서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이들이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초상화를 차에 매단 채 달리고 있다. 빈트 즈베일(레바논)/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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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만에 치러진 레바논 총선에서 이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시아파 무장 정파 헤즈볼라 세력이 승리했다. ‘중동의 화약고’인 레바논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이 확대돼 지역 패권을 둘러싼 주변국들 사이의 갈등이 더 첨예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AP) 통신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6일에 치러진 레바논 총선(정원 128석)에서 헤즈볼라와 이를 지지하는 세력이 크게 약진했다고 보도했다. 결과가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헤즈볼라(현 13석)와 지지 세력은 의회에서 과반인 65석 이상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7일 레바논 방송에서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국가 주권을 수호하는 저항 세력의 위대한 정치적, 도덕적 승리”라고 선언했다. 이에 견줘, 2016년부터 거국 내각을 이끌어 온 사드 하리리 총리의 ‘미래운동’은 33석에서 21석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투표율은 49.2%에 그쳐 9년 전 선거(54%)를 크게 밑돌았다.
외신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중동의 두 앙숙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립을 바라보는 레바논 유권자들의 평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에이피> 통신은 헤즈볼라의 약진에 대해 “사우디의 영향력 축소와 하리리 정권에 대한 수니파 유권자들의 신뢰 감소가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2011년 시작된 시리아 내전에서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아사드 정권을 강력히 지원해 왔다. 이란의 도움으로 아사드 정권은 붕괴되지 않았고, 장기화된 내전에서 우세를 지켜내고 있다. 시리아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은 확대됐지만, 반군을 지원해온 사우디의 영향력은 감소했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다. 인구가 500만명에 불과한 소국 레바논으로 내전 이후 100만명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몰려들었다. 그로 인해 레바논 경제는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레바논은 무려 18개의 종교·종파가 뒤섞여 있는 민감한 지역이어서 대통령은 기독교 마론파, 의회 의장은 시아파, 총리는 수니파에게 배분하는 독특한 권력 배분 장치를 통해 세력 간 균형을 유지해 왔다. 이 원칙에 따라 일단은 하리리 총리가 헤즈볼라를 끌어안는 연립내각을 구성해 정권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헤즈볼라의 의회 내 발언권이 커져, 서로를 철천지 원수로 생각하는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그 배후에 있는 두 앙숙인 이란과 사우디 사이의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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