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08 11:54
수정 : 2018.05.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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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평화운동 단체인 코드핑크 회원들이 7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파기하겠다고 위협하는 이란과의 국제핵합의 존속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8일 오후 2시(미국시각) 이란과의 국제핵합의에서 미국이 탈퇴할지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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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9일 오전 3시 탈퇴 여부 발표
이란 ‘미국 빼고 핵합의 유지 뜻’ 밝혀
탈퇴하고 제재 부가 연기하는 ‘연착륙’
탈퇴 직후 제재 부과 ‘경착륙’ 여부 주목
미국이 금융제재땐 핵합의는 사실상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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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평화운동 단체인 코드핑크 회원들이 7일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파기하겠다고 위협하는 이란과의 국제핵합의 존속을 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트럼프는 8일 오후 2시(미국시각) 이란과의 국제핵합의에서 미국이 탈퇴할지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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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국제핵합의 탈퇴 여부를 8일 오후 2시(현지시각, 한국시각 9일 오전 3시)에 발표하겠다고 7일 밝혔다. 미국이 핵합의를 탈퇴하면 자신들도 탈퇴하겠다고 다짐해온 이란은 나머지 서명국들과 핵합의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터에서 “내일 오후 2시 백악관에서 이란 협정에 대한 나의 결정을 발표할 것이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미국은 아주 나쁘게 협상된 이란 협정에 대한 존 케리의 불법 가능성이 있는 음지 외교가 필요하지 않다. 그는 처음에 이 난장판을 만들은 사람이다!”고 비난했다. 이란 핵합의 주도한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이 합의의 유지를 촉구한 것을 비난한 것이다
이란과의 국제 핵합의인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를 거듭 비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발표에서 미국의 탈퇴를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트위터 메시지를 발표하기 전에 그를 만난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폭스뉴스>에 출현해 “우리는 그 합의를 교정할 필요가 있고, 대통령은 그에 대한 주의를 촉구한 것은 정당했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에 탈퇴할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목욕물을 버리려다 아기까지 버려서는 안된다”고 말해, 미국의 일방적인 핵합의 탈퇴는 이란의 핵개발을 허용하게 될 것이라고 시사했다.
유럽의 한 외교관도 <월스트리트저널>에 그 협정이 유지될 가능성은 “아주 적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핵 문제들을 놓고 새롭게 시작하는게 더 좋다고 믿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는 그런 분석을 공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이 핵합의에서 탈퇴하면 자신들도 탈퇴하겠다고 밝혀온 이란은 7일 나머지 서명국과 함께 핵합의를 유지할 수도 있다고 밝혀, 타협의 실마리를 남겨뒀다. 하산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북동부 마슈하드에서 연설을 통해 “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미국 없이도 충족될 수 있다면 그건 훨씬 더 좋은 일이다”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이란 국영통신 <이슬람공화국뉴스에이전시>(IRNA)를 인용해 보도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가 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원하는 것은 비미국인들이 충족시키고 보장해줄 수 있다면 미국의 탈퇴는 골칫거리를 없애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이란과 핵 합의를 체결한 6개국 중 미국을 제외한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이 합의 내용을 계속 보장해준다면 미국의 탈퇴에도 이란이 계속 핵합의를 준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 핵합의 탈퇴 뒤 이란에 대해 어떠한 제재 등 조처를 취하냐에 따라 달려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합의 탈퇴를 결정한 뒤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처를 취할 지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다.
첫번째 시나리오는 ‘소트프 엑싯’이라 불리는 ‘연착륙’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제재를 결정할 오는 12일에 이란의 석유수출과 이란 중앙은행의 거래에 대한 제재 유예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되, 제재 부과에는 시간을 두는 방안이다. 이 조처에 따라 미 재무부는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들에게 제재가 발표되기 전까지 180일의 시간을 줘서 거래를 정리하도록 한다. 이 기간 동안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은 협상할 시간을 버는 것이다.
두번째 시나리오는 ‘하드 엑싯’으로 ‘경착륙’이다. 이란에 대한 제재 부과를 즉각 시행해, 미국이 실질적으로 핵합의에서 탈퇴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 속에서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포기할 것인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로하니 대통령이 이날 밝힌대로 일단 핵합의에서 탈퇴하지 않고 남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 서명국들을 분열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유럽의 서명국들도 미국의 탈퇴를 뒤지않고, 제재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탈퇴한 뒤 일방적으로 이란에 대한 제재 부과를 강행하면, 이란과 유럽 서명국만으로 핵합의 유지를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세계 금융망을 운용하고 있는 미국이 금융제재를 발동하면, 이란과의 거래는 사실상 중단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은 이를 무기로 하여 이란과 유럽 서명국들을 서서히 압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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