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5.07 15:50
수정 : 2018.05.07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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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로히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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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2일 결정 앞 거듭 파기 의사
로하니 이란 대통령 “미, 또다시 잘못”
마크롱 대통령 등 절충안 마련 실패
북 NPT 탈퇴 등 2차 북핵위기 부른
미 ‘제네바합의 파기’ 전철 밟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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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로히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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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강국 이란의 핵개발을 봉인해온 ‘이란 핵협정’에서 미국이 이탈할지를 결정하는 시한인 12일이 다가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최악의 합의”라 부르며 거듭 파기 의사를 밝혀, 파기 이후 2차 북핵 위기로 이어진 제네바합의(1994)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란 핵협정의 파기 및 그에 따른 중동 정세 악화가 한반도 상황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6일(현지시각) 생방송 인터뷰에서 “핵합의가 나쁜 거래였다고 말하는 것은 미국·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 미국이 또다시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미국이 (핵협정에서) 이탈한다면 역사에 남을 후회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는 이란 국민들이 단결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오니시트 정권(이스라엘)도 우리 국민이 단결돼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핵협정은 2003년 핵무기 개발 의혹이 불거진 이란이 2015년 7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에 독일을 더한 6개국과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뜻한다. 이란은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과 무기급 플루토늄을 15년간 생산하지 않고, 10t이었던 농축 우라늄을 300㎏으로 줄이며, 1만9000개였던 원심분리기 수를 10년 동안 6104개로 유지하는 게 뼈대다. 미국 등은 그 대가로 경제 제재를 풀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 협정에 △탄도미사일 개발을 막는 내용이 없고 △10~15년의 ‘일몰 기간’이 끝나면 핵개발을 막을 수 없으며 △시리아 내전 등에 개입하는 이란의 행동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며 파기를 공언해 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유럽 정상들은 미국과 이란을 설득해 협정을 유지한 채 일부 내용을 개정하는 절충안 마련에 나섰지만 상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마크롱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핵협정 재교섭은 불가능하다. 이란은 의무를 넘어서는 제약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알리 샴하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도 고려하겠다”고 경고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6일부터 이틀 동안 미국을 방문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상대로 막판 설득에 나섰다.
미국은 전에도 외국과 맺은 핵협정의 파기를 선언한 적이 있다. 미국 등이 경수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기로 약속한 제네바합의였다. 그러나 9·11테러에 충격을 받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 1월 국정연설에서 이라크·북한·이란을 ‘악의 축’이라 지칭한 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에 따른 핵개발을 하고 있다며 2002년 10월 제네바합의를 파기했다.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2003년 1월 핵확산금지조약을 탈퇴하고 핵개발을 이어갔다. 이후 북한은 6번 핵실험을 단행했고, 지난해 11월 워싱턴을 타격권에 뒀다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 발사에 성공한 뒤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미국이 핵협정을 파기하고, 이란이 반발해 본격적인 핵무기 개발에 나선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란의 철천지 원수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가 심각한 안보 위협을 ‘강 건너 불구경’할 리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1981년과 2007년 이라크와 시리아의 핵시설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한다면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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