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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31 18:45 수정 : 2005.01.31 18:45


제헌의회 총선 끝낸 이라크
시아파 연합 UIA, 과반의석 확보 예상
쿠르드족, 정파간 줄타기속 ‘캐스팅보트’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이라크 총선이 예상보다 높은 참여 열기 속에 30일 무난히 치러졌다.

변화에 대한 갈망, 참여열기로= 수니파 상당수가 선거불참을 택했으나, 800만여명에 이르는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한 것은 변화에 대한 이라크 국민들의 갈망이 엄청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 침공 뒤 나락으로 치닫고만 있는 삶의 조건을 어떻게든 바꾸지 않고는 더이상 견뎌낼 수 없다는 절박함이 예상을 뛰어넘는 선거 참여율을 이끌어냈다는 지적이 많다.

<뉴욕타임스>가 31일치 사설에서 “그동안 조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지만, 오늘만은 이라크 국민과 함께 기뻐하고 싶다”며 “성공적인 선거 실시로 적어도 지금으로선 이라크 선거에 앞서 벌어졌던 수많은 정치적 실패도 가려질 수 있게 됐다”고 지적하는 등 미국 언론들도 선거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선거 참여를 ‘종교적 의무’라고 강조한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시스타니의 독려도 예상 밖의 높은 투표율을 이끌어낸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아랍권 인터넷매체 <이슬람온라인>은 30일 저항이 거센 중북부 바쿠바의 한 유권자 말을 따 “선거에 참여하는 건 (대홍수를 앞두고) ‘노아의 방주’에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방주에 탄 사람은 모두 살아남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모두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했다.

향후 정국 전망= 공식 개표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열흘 남짓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시스타니의 지원을 등에 업은 시아파 연합체 ‘통일이라크연맹’(UIA)가 압승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통일이라크연맹이 적어도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이며, 이야드 알라위 총리가 이끄는 ‘이라크리스트’와 쿠르드 연합이 각각 20% 가량의 득표율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헌의회는 소집과 함께 대통령과 부통령 2명, 총리와 의회 의장을 선출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정국 주도권을 놓고 각 정파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된다. 특히 절대다수가 투표에 참여해 약진이 확실시되는 쿠르드족은 시아파 정치세력 사이에서 이해득실을 따져가며 ‘캐스팅보트’를 쥐려 할 공산이 크다. 각료 인선 과정에선 선거불참으로 권력에서 소외된 수니파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군 철수, 최대 쟁점될 듯= 그럼에도 이번 선거로 저항세력의 공세가 줄어드는 등 향후 정국이 안정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이들은 많지 않다. 제헌의회 및 새 정부 구성 과정에서 정국 주도권을 놓고 정파·종족간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높아 “문제는 오히려 지금부터”라는 지적이 만만찮다.


특히 새로 구성될 정부에서 유력한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압델 아지즈 하킴 이라크 이슬람혁명최고평의회 의장이 “빠른 시일 안에 외국군 철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어, 외국군 철수 문제가 향후 정국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알라위 현 총리 등 이른바 ‘세속파’들은 신중한 접근론을 펴는 반면, 하킴 의장 등 종교지도자들은 조기 철수론에 기울어 있다.

여기에 지난 1년9개월여 동안 방치되다시피 한 재건·복구사업도 새 정부에겐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이라크인들의 일상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면, 목숨을 내걸고 투표장을 찾았던 민심은 고개를 돌릴 수도 있어 보인다. 치안불안 해소와 전기·수도를 비롯한 공공서비스 개선 등 산적한 민생현안, 새 이라크 건설이라는 정치현안까지 떠맡게 될 제헌의회와 새 정부의 앞날은 벌써부터 험난해 보인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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