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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1 06:21 수정 : 2005.05.21 06:21

아프리카 동부의 케냐에서 살인 혐의로 체포된 한 영국계 백인농장주가 석방된 것과 관련, 마사이족이 집단 농성을 벌이겠다고 압박하는 등 이 사건으로 인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AP 보도에 따르면 마사이족 지도급 인사들은 지난 18일 석방된 백인농장주 토머스 처먼딜레이(37)를 당국이 다시 체포하지 않을 경우 리프트 밸리 중간지역에 위치한 그의 소이삼부 농장에 조만간 마사이족들이 무단침입, 농성을 할 것이라고 20일으름장을 놓았다.

처먼딜레이는 지난 4월 19일 자신의 농장에서 한 마사이족 남자를 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으나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공소를 기각, 18일 석방됐다.

문제의 마사이족 남자는 사이먼 사시나란 이름의 야생생물보호청 산림감시원이었는데 사건 발생 당일 평상복 차림으로 처먼딜레이 농장을 방문해 총격전 끝에 피살됐다.

당시 사시나는 일부 개인 농장에서 동물을 밀렵해 고기를 판다는 첩보를 입수,일종의 함정수사를 하러 간 것이었다.

처먼딜레이는 그러나 사시나가 무장강도인 것으로 판단돼 정당방어끝에 그를 사살한 것이라고 살인 혐의를 부인해왔다.

처먼딜레이가 석방된 이튿날인 19일엔 인권단체 소속 인사 등 수십명이 수도 나이로비에서 시위를 벌여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강제 해산시키기도 했다.

단순한 개인적 사건인 것처럼 보이는 이번 사건이 마사이족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 처먼딜레이의 소이삼부 농장은 규모가 1만8천616㏊에 달하는, 케냐에서 가장 큰농장 가운데 하나다.


앞서 지난 1903년 그의 증조부인 들라미르경은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케냐에 이주한 최초의 영국인그룹에 속한다.

케냐는 지난 1963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는데 특히 지난해부터 마사이족은 들라미르경 등 초기 백인이주자들이 마사이족 땅을 편취한 것이라며 토지반환을 주장하는 등 식민지 시대 후손인 백인농장주들과 갈등 관계를 빚어왔다.

전통적으로 수렵생활을 했던 '용맹무쌍한' 부족 마사이족들은 소를 목축하며 생활해왔으나 소들이 이동할 공간을 일부 백인농장주들이 독차지하자 이에 불만을 품어왔다.

마사이족은 또 현 정부가 토지반환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정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사시나 사건은 과거 서구 열강에 의해 식민지 침탈을 당한 아프리카 대륙이 독립 후에도 여전히 그 후유증을 앓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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