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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4.15 18:43 수정 : 2005.04.15 18:43

절대군주제 회귀뒤 관광·국제원조 ‘뚝’
“독재·인권유린” 국제사회 비난 잇따라
공산반군 세력 확대…“비상 개월 연장”

세계 최빈국 가운데 하나인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 왕국이 안팎으로 사면초가에 빠졌다.

지난 2월1일 갸넨드라(58) 국왕이 내각 해산과 함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전권을 장악한 이후 정국 불안이 심해지면서 경제의 중심 축인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됐고, 국제 원조의 손길도 크게 줄었다. 갸넨드라 국왕은 당시 내각이 반군을 소탕할 능력이 없는데다, 반군과 평화협상도 실패해 올봄으로 예정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명분을 내세워 총리와 장관들을 모두 해임했다.

정국 불안 이후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관광산업이다. 네팔관광청이 발표한 2월 공항 입국자 수는 1만4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나 줄었다. 3월 입국자도 35% 감소했다. 관광수입의 원천인 산악지대의 상당부분을 반군이 장악하고 있는데다, 국왕의 친위 쿠데타 이후 교통·통신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프레스서비스 통신>은 “지난 2월 이후 산악인들이 네팔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고, 반군이 수도 카트만두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있어 관광객들 접근도 차단됐다”고 10일 보도했다. 한 게스트하우스 운영자는 “이번주 들어 관광객이 단 세 명 뿐이었고, 이대로 한달만 더 가다간 아예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국제사회도 국왕의 독재와 인권유린을 비난하며 잇따라 원조를 중단하고 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11일 “미국, 영국, 인도가 9년째 이어오던 원조를 중단했고, 북유럽 나라들도 민주주의가 회복되기 전까지 원조를 삭감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세계은행도 지원을 중단키로 했다”고 보도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 휴먼라이츠워치, 국제법률가협회는 지난 8일 공동성명을 발표해 “민주적 정당, 인권단체, 언론들이 국가 비상기구 밑에서 탄압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최근 “2월 이후 인권활동가, 언론인, 법조인, 학생과 정치인 등 반체제 인사 600여명이 구금됐다”고 폭로했다.

이런 비난에도 불구하고 갸넨드라 국왕은 반군 토벌을 내세워 비상체제를 6개월 더 연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몇몇 분석가들은 반군이 이미 전 국토의 40% 가량을 장악할 정도로 큰 세력으로 부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10년 전 왕정 타도와 네팔인민공화국 건설을 내세워 무장봉기한 반군은 지역주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곳곳에서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반군들이 조직한 운송 파업이 전국적으로 벌어져 수도 카트만두와 주요 도시로 통하는 모든 길이 봉쇄되기도 했다.

네팔 정부는 14일 서남부 산악 지역에서 최근 반군 65명을 사살했다고 발표하는 등 국내외 관심을 인권침해보다 안보문제 쪽으로 돌리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국민 대부분이 절대빈곤 상태로 살고 있는 상황에서, 공산주의 반군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반군 소탕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진 기자 mind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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