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민주화 바람이 미국영향?
내부에서 오래전부터 시작된것” 미국은 과연 중동에 민주주의를 확산시키는데 성공하고 있는가? ‘21세기 중동·이슬람문명권 연구사업단’ 주최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4일 한국을 찾은 아드난 무살람(60·사진) 팔레스타인 베들레헴대학 교수는 “중동 민주화는 내부에서 이미 오랜 전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6일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한국외대 중동연구소에서 무살람 교수를 만났다. -아랍권에서 미국발 민주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데. =이미 오래 전부터 아랍 각국 내부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내부 동력은 있어왔다. 아랍 각국 지도자들이 이에 대해 지금까진 전혀 반응하지 않았을 뿐이다. 내부의 변화요구를 탄압하며 침묵을 지켜온 아랍 정권이 최근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압력이 커지면서 반응한 것일 뿐이다. 대중은 언제나 개혁과 민주주의를 추구해왔다. 오히려 아랍의 거리에선 침략전쟁을 감행한 부시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입에 올리는 것이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마무드 아바스 수반 체제 등장 뒤 팔레스타인엔 어떤 변화가 있나? =야세르 아라파트 전 수반 사후 혼란이 있을 줄 알았지만, 팔레스타인 정치권은 집단지도체제를 통해 안정을 기했고, 권력 이행과정이 대단히 부드럽게 이어졌다. 아바스 수반은 선거에서 승리하면 팔레스타인 사회의 ‘탈군사화’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선거가 끝난 뒤 하마스나 이슬람지하드 등 무장세력과 잇따라 대화를 나눴고, 이를 통해 일정한 진전을 이뤄냈다. 또 잇따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하마스가 압승을 거두면서, 오는 7월엔 처음으로 총선에 참여하기로 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오고 있다. 오슬로 협정에 반대해 그 산물인 자치정부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하마스가 지방선거를 통해 ‘승리’를 경험하면서 총선 참여란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하게 된 것이다. -최근 하마스 등 무장세력이 이스라엘과 휴전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상황이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 전혀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하마스 등에 대해 ‘우선 무장해제부터 하라’는 기존의 주장을 고집하고 있다. 압도적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이스라엘에 맞선 팔레스타인은 태생적으로 약할 수밖에 없다.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의 자살 폭탄공격은 표적살해와 정착촌 확대, 분리장벽 건설 등 팔레스타인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테러’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끝없이 계속되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2003년 12월 가자지구에서 일방적인 철수를 선언했다. 하지만 가자지구에서 빠져나간 유대 정착민이 요르단강 서안으로 옮겨가고 있다. 서안지역엔 거대한 분리장벽이 건설돼 마치 감옥같은 느낌이 든다. 이스라엘은 이미 서안지구의 45%를 잠식한 상태다. 평화협상의 최종단계에서 등장하게 될 △예루살렘의 지위 △난민 귀환권 △유대 정착민 △수자원과 최종 국경 문제 등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미리 손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은 불가능하다. 서안지구의 절반을 이스라엘이 차지해 버린다면 독립 팔레스타인엔 뭐가 남는가. 가톨릭 신자인 무살람 교수는 베들레헴 출신으로 미 미시건대에서 이슬람 정치사상을 전공한 뒤, 1983년부터 가톨릭 학교인 베들레헴대학에서 팔레스타인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기독교도와 무슬림, 유대교인의 대화통로를 만들기 위해 예루살렘에 ‘문화유산과 종교연구를 위한 센터’를 창설해 집행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대표적 지식인 가운데 한명이다. 글·사진 정인환 박민희 기자 inhwan@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