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리리 전 총리 피살 파장 야당, 시리아 배후지목 철군 요구
전군 비상태세·추모시위 확산조짐 라피크 하리리 레바논 전 총리가 14일 낮 베이루트에서 대규모 폭탄공격으로 숨진 뒤 레바논의 종파분쟁이 재연돼 1990년 내전 종식 이후 불안하게 유지되온 정치·사회 안정이 급속히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레바논에 주둔 중인 시리아군 철수에 대해 대통령과 야당 정치인들이 대립해온 상황에서 이번 암살 배후로 시리아가 지목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의문도 커져가고 있다. 성난 추모객들은 베이루트의 시리아바트당 사무실에 불을 지르려 시도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레바논군은 비상경계 태세에 들어갔다고 〈비비시〉가 보도했다. 레바논 야당 지도자들은 시리아와 레바논 정부가 이번 사건에 책임이 있다며 시리아군 철수를 요구하고, 전국적인 항의파업을 촉구했다.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기독교의 마론파, 아르메니아정교 등을 믿는 다양한 종파가 섞여 있는 레바논은 1975~1990년 15년 동안 치열한 내전을 겪었으며, 여기에 이웃 시리아, 이스라엘, 이란 등이 개입해 10만여명의 희생자가 났다. 이 와중에 76년부터 1만5천여명의 군대를 레바논에 주둔시키고 있는 시리아는 레바논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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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건에 대한 조사도 없이 시리아가 배후로 지목되는 데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비비시〉는 레바논 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시리아와 날카롭게 대립해온 이스라엘이 시리아가 주요 용의자로 공격받을 것이라는 점을 이용해 사건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으로 레바논에서 반 시리아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고 시리아의 철군과 정치개입을 요구하는 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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