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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10 17:59 수정 : 2019.11.11 02:15

뇌물 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수감돼 재판 중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74·가운데 검정 티셔츠)이 연방대법원의 석방 결정으로 풀려난 다음날인 9일, 자택이 있는 상파울루 외곽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떠받들리며 답례하고 있다. 상베르나르두 두 캄푸/EPA 연합뉴스

수뢰 등 유죄판결 수감 580일 만에
대법, 재판 방어권 인정 한시적 석방
룰라, 결백·귀환 선언…“사상은 죽지 않아”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전국 순회할 터”
보우소나루 대통령 “죄수” “악당” 적개심

뇌물 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수감돼 재판 중인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74·가운데 검정 티셔츠)이 연방대법원의 석방 결정으로 풀려난 다음날인 9일, 자택이 있는 상파울루 외곽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떠받들리며 답례하고 있다. 상베르나르두 두 캄푸/EPA 연합뉴스

룰라가 돌아왔다. 뇌물 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던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4) 전 대통령이 지난 8일 대법원 결정으로 석방됐다. 혐의를 부인하며 대법원 상고심을 진행 중인 피고인의 방어권을 인정한 데 따른 ‘한시적’ 석방이다.

수감된 지 580일 만에 풀려난 룰라가 곧바로 지지자들에게 노동자당 재집권을 위한 결속을 촉구하면서, 브라질 정치권에 거센 후폭풍과 격랑을 예고했다.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쪽에선 룰라 석방의 의미를 애써 축소하면서도 우려와 견제의 목소리를 냈다.

브라질 노동자당의 창립자이자 2선 대통령(2003~2010년)을 지낸 룰라는 8일 석방 일성으로 자신의 ‘결백’과 ‘귀환’을 선언했다. 그는 “나의 유일한 두려움은 일하는 사람(노동자)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세르지우 모루 법무장관이 나처럼 편안한 양심으로 잠들 수 있는지 의문이다.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돌아왔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룰라는 이어, 자신의 출마가 금지된 내년 지방선거와 2022년 대선에서 노동자당 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일주 선거유세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남미 위성방송 <텔레수르>가 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장관들과 세르지우 모루 판사는 자신들이 한 사람을 가둔 게 아니라 하나의 사상을 죽이려 했지만 사상은 죽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 바란다”고도 했다. 모루 장관은 지난해 1월 룰라에게 유죄 판결을 한 항소심 판사였으며, 올해 1월 출범한 극우 정치인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법무장관으로 발탁했다. 룰라는 9일 자택이 있는 상파울루 외곽의 금속노동자노동조합 본부 앞에서 환호하는 수천 명의 지지자들에게 45분에 걸친 연설로 석방 후 첫 공식 행보를 시작했다. 그는 “사람들은 더 굶주리고, 일자리가 없어 우버 택시를 운전하거나 자전거로 피자를 배달한다”며 경제 양극화를 지적하고, “우리는 많은 싸움을 앞두고 있다. 투쟁은 하루 벌이고 석달 쉬는 게 아니라 매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우리가 열심히 한다면 2022년 대선에서 보우소나루가 그토록 두려워하는 이른바 ‘좌파’가 극우 세력을 물리칠 수 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9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74)이 상파울루 외곽에 있는 금속노동자노동조합 건물 앞에서 자신의 석방을 환영하는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상베르나르두 두 캄푸/AFP 연합뉴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룰라의 석방에 노골적인 경계심과 적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채 “죄수에게 타협할 공간을 주지 말자” “일시적으로 풀려났으나 죄악으로 가득 찬 악당에게 무기를 주지 말자”고 했다. 모루 법무장관도 “나는 수감 중이거나 풀려난 범죄자들에게 일일이 대응하지 않는다. 어떤 자들은 무시당할 만하다”며 룰라의 존재감 자체를 부인했다.

앞서 지난 7일 저녁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룰라 전 대통령의 석방을 찬성 6표-반대 5표로 결정했다. 피고인은 유죄가 최종 확정돼 수감되기 전까지 모든 상소 절차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적 취지에서다. 이튿날, 룰라 전 대통령이 수감돼있던 브라질 남부 쿠리치바 경찰서의 관할 법원은 연방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그를 석방했다.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재수감될 수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에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성 주택 취득, 국영 석유업체 페트로브라스의 인사 개입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12년 1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룰라는 줄곧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해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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