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고문금지’ 삭제 입김

지난해 12월 미국 의회가 정보개혁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테러 혐의자에 대한 미 정보기관 요원들의 극단적인 신문기법 사용을 제한한 조항이 백악관의 강력한 로비에 의해 삭제됐다고 <뉴욕타임스>가 13일 의회 소식통의 말을 따 보도했다.

애초 상원에서 96 대 2로 통과된 원안에서는 정보요원들이 테러 혐의자에게 고문이나 비인간적인 대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중앙정보국이나 국방부가 사용한 신문방식에 대해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었으나, 백악관의 강력한 반대 표명 이후 상·하원의 중진의원 4명의 비공개 협상에서 이 조항이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상원을 통과했던 이 제한 조항은 이후 하원안에는 없었다.

이 조항의 삭제는 9·11 동시테러 이후 체포된 테러 혐의자들에 대한 중앙정보국의 비밀 구금과 신문을 포함해 테러와의 전쟁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신문은 지적했다.

지난해 10월 콘돌리자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은 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조항이 적용 가능한 법률과 정책 아래에서 외국인 수감자들에게 부여될 수 없는 법적 보호장치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반대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국방부도 상원이 테러와의 전쟁 과정에서 구금과 신문에 관한 새로운 법률안이 통과되는 것을 막아달라고 촉구하는 편지도 보냈다.

민주당 의회 관계자들은 부시 행정부가 군에서 허용된 것보다 극단적인 신문방식을 중앙정보국이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인 허용범위를 갖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섭 대표로 참석했던 공화당의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과 민주당 제인 하먼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당시 의원들이 정보개혁법에 이 조항을 포함시키기에는 너무 복잡하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삭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콜린스 의원은 “참석자들은 올해 정보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는 단서를 달아 조항 삭제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류재훈 기자, 연합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