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9.05 19:12
수정 : 2005.09.05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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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주력 기업 여성인력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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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그룹 100명에 1.3명꼴…간부는 3∼4명
‘2만달러’ 가려면 여성참여 늘려야…‘한겨레’ 10곳 조사
국내 기업들의 여성 고용이 크게 늘고 있지만 국내 주요 대기업의 임원 가운데 여성은 100명에 한 사람꼴이었고, 여성 간부사원은 3~4명꼴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성 임원과 간부 비율은 여성인력에 견줘 터무니없이 낮을 뿐 아니라 국내에 들어와 있는 다국적 기업이나 외국 주요 기업들에 견주면 크게 뒤진다.
선진국들은 우수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였다. 맥킨지 서울사무소는 “2010년까지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지 않으면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진입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기업 내 여성인력에 대한 보이지 않은 차별인 ‘유리천장’을 걷어내고, 여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한겨레>가 5일 삼성전자·엘지전자·현대자동차·에스케이텔레콤 등 국내 10대 그룹의 주력기업 10곳을 대상으로 여성인력 현황을 조사해 보니, 대기업 임원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3%에 불과했다. 여성 손님이 많은 롯데쇼핑 쪽에도 여성임원은 그룹 회장의 딸과 손녀 등 특수관계인 2명이 전부며, 그들을 빼면 실제 여성임원 비율은 0.5%에 불과하다. 여성임원이 없는 대기업도 열에 네 곳이나 되었다. 조사대상 기업은 삼성전자·엘지전자·현대차·에스케이텔레콤·케이티·포스코·대한항공·지에스칼텍스·한화석유화학·롯데쇼핑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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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주요 대기업의 여성 임원과 간부 비율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져 여성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5일 점심시간에 삼성 직원들이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을 나서고 있다. 이종근 기자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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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을 뺀 조사대상 기업들의 대학졸업 이상 사무관리직 사원 중 여성 비율은 평균 13.6%,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 중 여성은 3.7%로 나타났다. 이는 1997년 국내 50대 그룹의 간부사원 중 여성 비율 0.7%보다는 그나마 높아진 수치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은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적 생활용품 업체인 피앤지코리아는 전체 임원 8명 가운데 여성이 3명으로 38%에 이른다.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 중 여성 비율도 29%라고 밝혔다. 세계적 화학업체인 듀폰코리아는 임원 32명 중에서 여성이 2명으로 6.3%이고,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 중 여성 비율은 19%에 이른다. 두 회사의 경우 여성임원 비율은 국내기업의 5~30배, 여성간부 비율은 5~8배에 이른다. 세계 유수기업들도 여성인력 활용에 적극적이다. 미국 아이비엠은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율이 96년 29.4%였는데, 2000년에는 34%로 높아졌다. 세계 4대 회계법인의 하나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는 여성 비율이 2000년에 절반에 가까운 46%에 이르렀다.
다만 최근 들어 국내기업들의 여성 고용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조사대상 기업의 대졸 신입사원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1년 평균 11.9%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19.7%로 높아졌다. 여성채용 비율이 높은 곳은 롯데쇼핑, 케이티, 삼성전자, 대한항공, 에스케이텔레콤 차례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전병유 연구위원은 “우수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며 “선진국은 국민소득이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높아질 때 여성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참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15~64살 여성 중에서 직업이 있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여성의 비율인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은 90년대 초 이후 계속 50%선에 머물러 있어, 선진국의 65% 수준에 훨씬 못미친다. 전 연구위원은 “여성 고용 확대를 위해서는 기업들이 합리적 인사관리를 통해 채용, 승진, 배치, 이직 등에서 보이지 않은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서수민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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