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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8.16 18:59 수정 : 2005.08.16 20:04

외환은행의 파격적인 ‘열린 채용’방식에 따라 새로 입사한 신입행원들이 16일 주먹을 치켜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오은정·양미경·고나영·강민주·조기진·김효영씨. 외완은행제공

나이·학력 지우니 실력이 돋보이네

 “은행원이 되고 싶었지만, 예전엔 나이와 학력 때문에 지원서조차 내지 못했습니다. 이제 꿈을 이룬 셈이죠.”

이달 초 외환은행의 ‘개방형 채용제도’에 따라 39살 나이에 정규직 신입 은행원이 된 양미경(39)씨는 두 자녀를 키우는 주부다. 이번에 함께 입사한 100명의 동기 가운데 40대 박사급 남성을 제외하면 ‘최고령’이다. 늦은 나이에 20대의 어린 동생들과 ‘입사 동기’가 된 게 즐겁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

미구서 대학졸업 39살 주부
금융사 70번 낙방한 이공계 출신
60개월 군복무한 전직 장교
열린 채용 덕에 꿈을 이뤘다

“나보다 나이 어린 상사나 동료들도 많겠지만, 나이 많은 내가 먼저 배려하고 배우는 자세로 근무한다면 큰 문제없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 않겠어요?”

나이·학력·성별 등에 차별을 두지 않기로 한 외환은행의 개방형 채용제도에 따라 이달 초 입사한 100명의 신입행원 가운데 이색 경력을 가진 6명이 16일 한자리에 모였다.

양씨는 전직 ‘전업주부’이고 나이도 30대 후반인데다 은행 경험도 전혀 없는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실업계 여고를 졸업한 뒤 백화점에서 경리직원으로 일하다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출산을 하고 대학도 졸업했다. 미국에서 정보통신 관련 학과를 전공하며 파트타이머로 일을 해본 양씨는 나이와 학력·성별에 상관없이 인력을 뽑아 쓰는 미국식 채용제도를 보면 늘 부러움을 느꼈다. 치과의사인 남편을 미국에 두고 11살·5살짜리 자녀와 함께 귀국한 양씨에게 이번 외환은행의 ‘열린 채용’은 못 이룬 꿈을 뒤늦게나마 이룰 수 있게 한 좋은 기회였다.

이공계 출신으로 양씨와 함께 입행한 김효영(28)씨는 금융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무려 70번이나 원서를 냈다가 마침내 성공한 사례다. 대학에서 전자전기학을 공부한 김씨는 은행원이 되기 위해 경영학 관련 대학원까지 다녔다. 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미끄러지자 한때 실의에 빠져 산꼭대기까지 음료수를 지고 배달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도 있다.

여상을 졸업한 뒤 직장을 다니며 비행승무원의 꿈을 키우던 고나영(24)씨도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나이 제한에 걸려 꿈을 포기해야 했다. 고씨는 증권사 영업점에 취직해 일하면서 투자상담사·보험·세무회계 등 관련 자격증을 6개나 따고 이번에 정규직 은행원으로 당당히 합격했다.


사병으로 군 생활을 하고 다시 장교로 입대해 60개월이나 군 복무를 한 조기진(27)씨, 외환은행에서 비정규직인 창구 텔러로 일하다 이번 열린 채용에 재응시해 정규직 행원자리를 따낸 오은정(25)·강민주(25)씨도 이날 자리를 함께 했다.

외환은행은 이번에 뽑은 신입행원들부터 새로 마련한 개별인사시스템을 적용해 각자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서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재 기자 seong68@hani.co.kr 사진 외환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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