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에서 컴퓨터판매·수리업을 하는 최아무개(35)씨는 지난달 사무를 볼 여직원을 한명 채용했다. 같이 일을 하던 아내가 육아문제로 들어앉은 탓이다. 최씨는 이 참에 빈자리였던 컴퓨터 기사도 한명 채용해 일감을 좀 늘려볼 생각이다. 최씨는 “일감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일하던 아내의 빈자리를 그냥 둘 수 없어 사람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국내 고용시장이 조금씩 활력을 찾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실업률은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일하려는 사람과 일감을 구한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본격적인 회복 국면인지 여부를 따지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통계청이 내놓은 ‘3월 고용동향’자료를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257만6천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20만5천명이 늘어났다. 지난해 월 42만명 늘어난 데 견주면 아직 멀었지만, 지난 1월과 2월에 각각 14만명, 8만명이 늘어난데 비춰보면 그런대로 호전된 수치다. 계절조정을 감안한 경제활동참가율도 62.1%로 지난 2월(61.9%)과 1월(62%)보다 나아지고 있다. 이는 일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실업률은 3.9%로 지난해 3월보다 0.1%포인트 상승했다. 그러나 계절조정을 거친 실업률은 3.5%로 전달과 같은 수준이어서 크게 악화되지는 않았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15~29살 사이 청년실업률은 8.5%로 지난해 3월보다 0.3%포인트 하락했고, 지난 2월부터 두달 연속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졸자들의 신규 취업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3월 취업자 20만명 늘어
청년실업률도 두달째↓
단시간 노동자는 27%↑ 다만 산업별로 고용 형편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과 건설업, 도소매업 등은 취업자 감소세가 확연했고, 최씨처럼 소규모 자영업자가 집중된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 업종은 지난달에 이어 두달 연속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수출 연관 업종인 제조업의 고용 사정은 수출 둔화와 추세를 같이 했고, 내수 업종은 추세가 엇갈렸다. 건설업과 도소매·음식숙박업은 지난해 12월 이후 넉달 연속 취업자가 줄었지만,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 업종은 두달 연속 30만명 이상의 취업자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업·개인·공공서비스 업종에는 컴퓨터수리업이나 목욕탕, 이발소, 세탁소 등 영세자영업과 공공근로 등이 포함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내수 업종에서 도소매는 고용 감소가 이어지는 데 비해 음식숙박업의 경우 감소세가 줄어들고 있다”며 “비슷한 내수 업종이면서 고용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사업·개인·공공서비스쪽의 고용이 회복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 쪽의 일자리가 느는 데는 특히 도소매·음식숙박업 등의 유휴인력인 무급 가족종사자들이 빠져나와 택배와 파출부 등 사업·개인서비스 쪽에서 일자리를 찾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지난달 무급 가족종사자는 8만2천명이 줄었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월까지 횡보하던 고용시장이 3월부터는 양적인 측면에서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다만 18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가 지난해 3월보다 27% 이상 급증해 고용의 질적인 개선은 여전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조성곤 기자 c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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