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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8 18:31 수정 : 2019.11.29 02:40

그래픽_고윤결

8~9월 서울 아파트 매입자금 조사
‘가족간 쪼개기 증여’ 통해 탈세
사업자대출 받아 유용도 23건

그래픽_고윤결

18살 ㄱ군은 올해 8월, 5억원 전세를 끼고 서울 서초구의 11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6억원의 현금이 필요했는데 계약 두달 전, 3일에 걸쳐 부모가 2억원, 친족 4명이 1억원씩을 증여했다. 과세표준 5억원이 넘으면 증여세율은 30%지만 1억원 이하는 10%로 뚝 떨어진다. 세금을 덜 내려는 ‘편법 쪼개기 증여’ 의심 사례다.

40대 ㄴ씨는 올해 9월 서울 용산구의 26억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다. 기존 전세가 5억원이 있었고 본인 예금 3억여원, 대출 11억원을 자체 조달했지만 6억원은 부모한테서 차입했다. 그러나 이 돈은 부모가 은행에서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이었다. ‘대출 용도 외 유용’ 사례다.

국토교통부·행정안전부·서울시·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은 28일, 올해 8~9월 신고된 서울 지역 공동주택(아파트 분양권 포함) 거래를 조사한 결과, 532건의 편법증여와 23건의 대출규정 위반, 10건의 허위신고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올해 급등세를 보인 서울 부동산시장 과열을 잡기 위해 정부가 벌인 강도 높은 조사의 결과다. 정부는 지난 10월11일 합동조사에 착수해 자금 출처가 의심스럽고 주변 시세보다 낮거나 높게 신고된 서울 지역 공동주택 이상거래 2228건을 추렸다. 이 가운데 거래가 완료된 1536건 중 991건의 매매 당사자에게 계약서, 대금 지급 증빙자료, 자금 출처 및 조달 증빙자료, 금융거래 확인서 등의 소명자료를 제출받아 2개월간 조사를 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위반 의심 사례 중 다수는 ‘가족 간 편법증여’였다. 40대 부부는 22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들이면서 현금 11억원을 남편 부모에게서 조달했다. 이 중 절반은 증여로 신고하고 세금도 냈다. 나머지 5억5천만원은 “무이자로 차입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부 실거래 합동조사팀은 편법증여로 판단했다. 40대 ㄷ씨는 동생에게서 7억2천만원을 받아 전세 16억원이 있는 32억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차용증도 쓰지 않았고 동생에게 이자를 건넨 적도 없다. 합동조사팀은 이렇게 편법증여에 따른 탈세가 의심되는 532건을 국세청에 통보했다. 서울 자치구별로 보면, 송파구가 53건으로 가장 많았고 서초구 51건, 강남구·동작구가 각각 38건이었다.

주택가액별로 보면 9억원 이상이 212건(39.8%)으로 가장 많았고 6억원 미만 167건(31.4%), 6억~9억원 미만 153건(28.8%) 차례였다. 6억원 미만 중저가 주택에서도 탈세 의심 사례가 많은 것은 최근 강화된 대출 규제로 주택 구입 때 가족으로부터 돈을 융통하는 일이 빈번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 서울을 비롯한 조정대상지역에서는 1주택자나 2주택 이상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 구입 때 주택담보대출이 막혔고, 무주택자가 집을 살 때도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실거주 목적이 아닐 경우 대출이 금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전세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사두는 이른바 ‘갭투자’ 거래의 경우 가족 간에 돈을 주고받으면서 ‘차입’이나 ‘분할 증여’인 것처럼 위장하는 사례가 많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진단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집을 살 때 부족한 돈을 가족 간 융통하거나 증여하는 게 예외 없이 세무조사를 받게 되면 앞으로 투자 목적의 주택 매매는 상당히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사업자 대출을 아파트 구입 비용으로 전용한 사례는 23건이었다. ‘개인사업자 주택매매업 대출’로 24억원을 받아 본인이 거주할 용도로 42억원 아파트를 사들인 사례도 적발됐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추가 조사를 통해 ‘용도 외 유용’이 확인된 대출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지연신고에 따른 과태료를 피하려고 계약일을 조작한 10건엔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의 실거래 합동조사는 계속 이어진다. 부동산 시장에 탈법적인 자금 유입을 막아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서울에서 8~9월 거래가 완료된 1536건 중 아직 소명자료를 내지 않은 545건에 대해선 조사가 진행 중이다. 매매 당사자와 중개인이 소명자료 제출을 거부하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국세청에도 통보된다. 또 10월에 신고된 공동주택 거래 1만6711건 중 1247건의 이상거래를 추출했고 이 중 계약이 완결된 601건과, 8~9월 거래 중 매매계약이 완료된 187건도 조사 대상에 추가했다. 서울 지역에 한정됐던 조사는 국토부 중심으로 실거래상설조사팀이 꾸려지는 내년 2월부터는 전국으로 확대된다.

김태규 최종훈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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