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장 보완방안’ 왜 내놨나
‘상한제’ 조정…공급위축 우려 달래기
서울 재건축 61곳
6만8천가구 분양 서두를 전망
9억 초과 1주택 보유자 전세대출 제한
서울 강남 과열징후 ‘긴급 처방’
“36억짜리 아파트 자금조달계획서
자기자금 3억2700만원뿐” 신고도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령을 이달 안에 개정하되 이미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한해 내년 4월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또 최근 과열 징후를 보이는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시가 9억원 초과 고가 1주택 보유자에 대한 전세대출 보증을 제한하는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한다.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는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입법예고가 끝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애초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어떤 지역에서 시행되면 무조건 이후 입주자 모집공고 신청이 이뤄진 단지부터 상한제 적용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입법예고 과정에서 재건축 단지 조합원 등을 중심으로 ‘소급 적용’ 논란 등 강한 반발이 나오고 공급 위축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개정 시행령 시행 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거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고, 시행령 시행 뒤 6개월까지 입주자 모집공고를 신청한 경우 상한제 적용을 제외하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인가는 받았지만 아직 분양(입주자 모집) 단계에 이르지 못한 서울의 61곳, 6만8천가구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6개월의 유예기간에 서둘러 분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들 단지들이 상한제를 피해 분양을 마치면 서울 집값을 끌어올릴 거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국토부는 기존의 공적 보증 방식으로 분양가 통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서울의 전 지역은 허그(HUG,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관리 제도 적용을 받기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가 당장 적용되지 않더라도 주변 시세보다 터무니없는 분양가는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 지역 지정 방식도 구체화했다. 9월 현재 전국 31개 투기과열지구가 모두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의 정량 지정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공급 위축 등 부작용 우려를 해소하고 시장 안정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면 시·군·구 단위가 아닌 동별로 ‘핀셋 지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시행령을 개정하고 이후 시장 상황을 봐가며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분양가 상한제 지정 시기와 지역을 검토한다는 계획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에 이상 과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맞춤형 대응 방안도 내놨다. 우선 갭투자를 줄이기 위해 고가 1주택자에 대한 전세대출 공적 보증(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을 제한하기로 했다. 또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매매업자 및 법인에도 담보인정비율(LTV) 40% 규제를 적용한다.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통해 1주택자 및 다주택자의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됐지만 사업자 대출에는 허점이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부동산담보신탁을 활용한 수익권증서 담보대출에 대해서 엘티브이 40~60%를 도입하기로 한 것도 대출규제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조처다.
이와 함께 정부는 최근 투기적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연말까지 국토부와 한국감정원, 행정안전부, 국세청, 금융위·금융감독원, 서울시 등이 합동으로 편법증여·자금출처 의심 사례, 허위 계약 신고, 업·다운 계약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서초구에선 41살 매수자가 36억원짜리 중대형(135.9㎡) 아파트를 매매계약하면서 자기 자금 3억2700만원에 임대보증금 7억원을 포함한 차입금 32억7300만원을 더하겠다는 자금조달 계획을 신고했다. 강남구에서는 34살의 매수자가 대형 아파트(174.7㎡)를 30억원에 매수하면서 임대보증금 19억원을 뺀 나머지 11억원을 빌리겠다고 신고하기도 했다. 이런 정도의 과다한 차입금은 자금 출처가 의심되며, 최근 ‘강남 4구’를 중심으로 한 13주 연속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이런 투기적 거래가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또 개정된 부동산거래신고법이 시행돼 국토부에 실거래가 직권조사 권한이 부여되는 내년 2월부터는 국토부·한국감정원에 ‘실거래상설조사팀’을 설치해 부동산시장 교란 행위를 상시적으로 점검하게 된다.
최종훈 김태규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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