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1.04 19:30
수정 : 2005.01.04 19:30
[기고]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이다. 과표 현실화와 종합부동산세의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정책은, 역대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이다. 보유세 강화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이 분야 전문가들에게는 오래된 상식이다.
하지만 1년 이상의 연구·검토 과정을 거쳐 지난해 11월 확정한 ‘보유세제 개편방안’의 내용은 보유세 강화를 통해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던 참여정부 초기의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문제점은 참여정부의 보유세 강화 의지가 크게 퇴색됐다는 점이다. 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기준을 처음보다 높여서 과세 대상자를 대폭 축소시켰는가 하면, 과표 현실화에 따른 세부담 증가를 염려해 각 과표 구간의 세율을 최대한 낮췄다. 또 세부담이 급증하지 않도록 개별 세부담 증가에 50%의 상한선을 뒀다. 곳곳에 세부담 증가와 조세저항을 염려한 흔적이 배어 있다. 정부 스스로도 보유세 부담 증가를 완화하는 것을 이번 개편 방안의 첫 번째 목적으로 꼽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9월 노무현 대통령은 현재 0.1%를 조금 웃도는 수준인 보유세 실효세율을 임기중에 0.3~0.5%로 끌어 올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0.3~0.5%는 선진국(미국과 영국은 1.5% 수준)에 비해 매우 낮은 것인데, 이번 개편안으로는 그것조차 달성하기 어려울 것 같다. 참여정부가 진정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을 의미있게 올리고자 했다면, 목표를 분명하게 제시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방법과 시간표를 법안에 포함시켜야 했다.
부동산 과다 보유자가 대상인 종합부동산세에도 문제가 있다. 종합부동산세의 입법 취지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 무거운 세금을 물려 투기나 과다 보유를 억제하는 기능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러나 이번에 확정된 종합부동산세의 과표 구간과 세율 구조로는 그 취지를 살릴 수 없다. 과표 현실화와 새로운 세율구조를 종합해 판단할 때, 종합부동산세는 부동산 과다 보유자에게 추가적으로 세금을 더 물리는 것이 아니고 기존 보유세 과표구간(재산세의 경우 6구간, 종합토지세의 경우 9구간)의 윗 부분을 기초자치단체에서 중앙정부로 이관해 국세로 징수하는 것에 불과하다. 개인의 세부담이 급증하는 경우가 발생하겠지만, 그것은 종합부동산세 부과 때문이 아니라, 과표 책정과 과세 방법의 변화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항간에 종합부동산세가 새로 부과돼 부동산 과다 보유자의 세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마지막으로 이번 개편안의 문제점은 ‘나쁜 조세’를 ‘좋은 조세’로 대체하는 소위 ‘조세 대체’의 원리를 적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보유세를 의미있게 강화하면 당연히 세수가 늘 것이다. 그렇게 증가한 세수는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조세를 감면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 감면돼야 할 조세로는 건물분 재산세, 부동산 거래세(취득세, 등록세 등), 소득세와 법인세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세금은 건축 활동, 부동산 거래, 기업 활동 등을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나쁜 조세’에 속한다.
이처럼 토지보유세 강화와 다른 조세 감면을 한묶음으로 하면 투기 억제와 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고, 조세 저항 문제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세금을 더 걷으려는 게 아니라 ‘나쁜 세금’을 ‘좋은 세금’으로 대체하려 한다면 누가 수긍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이번 개편안에는 토지 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건물분 재산세를 경감한다는 인식이 들어 있지 않다. 토지·건물 통합과세가 아니라 토지보유세 중심의 강화 정책을 추진했더라면, 보유세 강화가 건물의 신규 공급을 위축시키기 때문에 부동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일부 학자들의 비판 따위는 설 자리를 잃었을 것이다. 정부는 등록세율 인하(1% 혹은 1.5%), 각 시·도 차원의 추가 인하, 실거래가 과세에 따른 부담 증가분 감면 등의 방법으로 거래세를 내리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보유세 강화에 따른 세수 증가분을 활용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결국 보유세 강화 정도가 기대에 훨씬 못 미치고 그 내용에 착오가 있다는 것이 이번 보유세제 개편안의 결정적인 문제다. 헌데 보수 언론들과 일부 기득권세력은 이처럼 용두사미가 돼버린 방안조차 수용할 수 없다고 하고, 정부 여당은 그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니, 진정한 개혁은 언제쯤이나 가능할 것인가?
전강수/대구카톨릭대학 경제통상학부 교수(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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