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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1.04 19:23 수정 : 2005.01.04 19:23

집값은 경기 부양을 위해 건설 경기를 끌어올릴 때마다 들썩인다. 그러나 대개는 적정선을 넘어 급등해 거품을 낳고, 결국 경기에 주름살이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물가상승률의 5배로 폭등체감 더 커
건설경기 활성화 빌미 거품만 잔뜩
서민은 대출 발목잡혀 후유증 ‘허덕’

지난 1987년부터 폭등했던 집값이 1991년4월부터 꺼지기 시작한 뒤, 우리나라는 유래없는 집값 안정기를 맞았다. 전국 평균 집값은 1991년 4월 최고치에서 1993년말까지 17% 가량 떨어졌지만, 이후 외환위기로 집값이 또 한차례 급락할 때까지 집값은 계속 옆걸음질 쳤다. 집은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소비의 대상인만큼 이제 집은 사서 살든, 임대해서 살든 별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1994년 준농림지 제도는 부작용을 낳았지만 택지공급을 원활하게 했고, 그런 가운데 집값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도 주택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 지난해 3월 청약 열풍을 일으킨 서울 여의도 용산시티파크 모델하우스에서 청약자들이 당첨자 명단을 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집값 문제는 늘 정부가 경기부양 수단으로 건설 경기를 끌어올리려 할 때 일어난다. 정부는 건설경기 활성화가 고용을 늘리고, 이를 통해 가계 수익이 늘어 소비를 늘리며, 궁극적으로 경기를 선순환으로 이끈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근거 있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의 부양책은 늘 ‘오버’한다. 단순히 주택건설을 활성화하는 차원을 넘어 투기를 유도하는 쪽으로 나아가버린다. 뒷날 부작용이 따르지만 당장엔 그것이 건설경기를 크게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다. 건설회사들은 집값이 많이 오를수록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빠르게 주택공급을 늘린다. 땅 가진 사람들이 부자가 될 기회이고, 각종 인·허가권을 쥔 공무원들은 떡고물을 챙기기에 딱 좋은 때다.

문제는 집의 공급이 늘어나는데도 반대로 집값은 폭등한다는 데 있다. 집값이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집을 사는 투기적 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집값 폭등은 걷잡을 수 없는 정도가 된다. ‘거품’은 점점 커지고, 서민들은 올라가는 임대료에 등이 휜다.

외환위기 이후 시작된 집값 상승도 마찬가지였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집값 상승은 외환위기 때 집값 하락분을 만회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2001년부터 2004년 5월까지 전국 평균 집값은 60.7%가 올랐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11.96%)의 5.07배나 된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각종 규제를 풀어, 집을 사서 팔아 돈을 남길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놓았기 때문이다. 1987년 4월부터 91년 4월까지 4년 동안의 집값 급등기엔 집값이 128% 올랐는데, 이는 당시 물가상승률(34.6%)의 3.7배 수준이었다. 2001년 이후 집값 상승이 실제 상승률은 낮은데도 상승 체감도가 훨씬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용산시티파크 모델하우스에서 사람들이 아파트 모형 건물을 쳐다보고 있다.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집값 급등은 집없는 서민들의 삶을 옥죈다. 작은 집을 가진 사람도 큰 집으로 옮겨갈 때 부담을 키운다. 경기흐름에도 큰 후유증을 남긴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1년 사이 국민주택기금 대출은 전년 같은 달보다 20~50%씩 늘었다. 가계가 대출을 통해 뛰는 집값을 감당하는 사이 그만큼 소비 여력은 줄었다. 특히 집값이 한계선을 넘어서 다시 떨어지면서부터는 소비 위축은 더욱 심해졌다. 1992년과 1993년 민간소비는 증가율이 크게 둔화됐다.

지난 2001년초부터 시작된 집값 폭등도 가계가 다투어 집을 사거나 임대료를 올려주기 위해 대출을 크게 늘리면서, 2003년초부터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2004년초부터 집값이 떨어지면서 그 후유증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집값 하락에 따른 소비침체는 따지고 보면 너무 크게 오르면서 생긴 부작용의 ‘여파’일 뿐이다.

특별취재팀- 정남구 김회승 안창현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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