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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2.17 18:43 수정 : 2005.02.17 18:43



■ 주택시장 안정책 내용·전망

“집값 안정”“미분양 속출”엇갈려…
차익노린 청약과열 예고

정부가 내놓은 ‘2·17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판교와 강남 재건축 단지에 시작된 집값 상승이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판교 새도시 대책은 수도권 다른 지역의 주택 분양시장을 침체시키고, 시세차익을 노린 청약 과열을 불러오는 등의 부작용도 예상된다.

■ 판교 중대형 분양값 낮아질 듯=채권·분양값 병행입찰제는 전용면적 25.7평 초과 중대형 아파트 용지 공급 때 채권은 높게 쓰고 분양 예정가는 낮게 쓴 업체한테 택지를 매각하는 제도다. 이는 건설업체들이 채권은 많이 사면서도 분양값은 높일 수 없도록 해, 분양값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이렇게 되면 분양값이 인근 분당 시세와 비슷한 평당 1500만원 선을 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건설교통부의 설명이다.

택지 응찰 자격을 ‘최근 3년간 300가구 이상 시행실적이 있으면서 시공능력이 있는 업체’로 제한한 것은 개발업자 등이 무분별하게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막겠다는 계산이다. 그동안은 영세 개발업자 등도 택지를 공급받은 뒤 거액의 웃돈을 받고 해당 택지를 제3자에게 되팔아 분양값을 올리는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판교 아파트를 일괄분양하기로 한 것은 고육책이라는 인상이 짙다. 또 제2종 주거지역에 대한 층고제한 완화를 검토했다가 시장 반응이 투기 확산으로 나타나자 신규 임대주택에 대해서만 층고제한을 완화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은, 신중하지 못한 정책으로 혼선만 빚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17일 중부지방국세청과 성남세무서 직원들이 판교 새도시 분양 예정지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에서 청약통장 불법거래 현장단속을 하고 있다. 연합



■ 시장 반응과 전망=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부동산 가격 안정에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교 아파트를 한꺼번에 분양하기로 한 것도 당첨 기회 확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그렇지만 분양값 규제로 인해 중소형뿐 아니라 중대형도 엄청난 시세차익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중대형 아파트의 경우 분양값이 평당 1500만원 이하로 책정될 경우 입주 뒤 시세차익이 수억원에 이를 수도 있어, 이를 노린 청약 과열이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특히 계약일로부터 5년간 전매가 금지되는 중소형과 달리 중대형은 입주시점까지만 전매가 제한돼 문제의 소지가 크다.

판교 아파트가 일괄 분양되는 11월까지 수도권 일대 분양시장은 마비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올해 수도권 분양시장에서는 판교가 청약 대기자 대부분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지역의 분양률이 떨어지면서 미분양 물량이 느는 등 주택시장이 양극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세호 건설교통부 차관이 17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과천/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건설업계는 중대형 분양가 제한에 불만스러워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채권입찰 상한제를 예상했는데 의외의 결과”라며 “이렇게 되면 업체들로서는 판교 아파트 사업에 참여할 경우 큰 수익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택지 입찰 참여 자격이 강화됐지만 실제 입찰에서는 대형업체가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1군에 속하는 대형업체들로서는 분양값이 다소 높더라도 고품질의 아파트를 공급하려는 게 일반적인데 분양값도 동시에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불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종훈 양선아 기자 cjhoon@hani.co.kr




판교새도시 분양계획이 2만1천가구를 한꺼번에 일괄 분양하는 쪽으로 바뀜에 따라 청약경쟁률이 예상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성남지역 최우선 순위자(성남시 거주 40살 이상, 10년 이상 무주택자)가 모두 25.7평 이하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40% 우선 배정으로 모두 1146가구)에 청약할 경우 경쟁률은 60 대 1로 애초 예상(190 대 1)보다 크게 낮아진다.

수도권은 자격 있는 사람들이 모두 청약하면 최우선 순위자는 139 대 1, 무주택 우선은 277 대 1이다. 그래도 수도권 1순위 경쟁률은 1109 대 1로 예상돼, 아파트 당첨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용면적 25.7평 초과 아파트는 성남이나 수도권 모두 경쟁률이 좀 낮은 편이다. 따라서 자금여력이 되고 청약통장이 있다면 중대형을 노리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중대형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500만원 선으로 제한돼 있어 시세차익을 볼 가능성이 높다”며 “더욱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25.7평 이하 아파트는 당첨 뒤 5년간 전매가 금지되지만 중대형 아파트는 입주 때부터 전매가 가능한 것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동시분양은 물론 역대 어느 새도시 개발 때도 이번처럼 한꺼번에 대규모 물량을 분양한 적은 없었다. 건설교통부는 모델하우스를 통해 2만1천가구를 동시분양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인터넷으로 청약을 받을 방침이다. 모델하우스도 업체별로 여러 곳에 분산 배치해 청약 인파가 한 곳으로 몰리는 것을 막을 방침이다. 필요하면 청약기간을 충분히 연장하고 예약접수제도 도입한다. 예약접수제는 분양공고를 내면서 동시에 인터넷으로 청약예약을 받는 제도다. 입주는 2007년 말에서 2008년 말까지로 다양하다.

허종식 기자 jong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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