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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7 17:45 수정 : 2019.12.18 16:19

최민영 ㅣ 산업팀 기자

타다가 쾌적하고 편리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늦은 밤 귀가할 때 택시보다 타다를 부르고 싶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타다를 호출하려 하면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진다. 커다란 11인승 승합차의 비어 있는 옆자리는 낭비로만 느껴지고, 기사들의 처우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도 혼란스럽다. 타다는 차량 소유를 공유로 바꾸고 드라이버들에겐 행복한 일자리를, 이용자들에겐 만족할 수 있는 탑승 경험을 제공한다고 홍보하지만 여기에 전부 동의하기는 어렵다.

미국 <타임>의 논설주간인 아난드 기리다라다스는 지난해 <엘리트 독식 사회>라는 책을 펴냈다. 미국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혁신기업을 창업한 이들과 이런 기업에 투자한 사람 등이 참여하는 행사를 따라다니면서 그들의 속내를 듣고 폭로했다. 이들은 ‘임팩트 투자’ ‘윈윈’과 같은 수식어를 쓰면서 자신들이 제공하는 ‘새로운’ 서비스로 사회 문제를 ‘혁신’할 수 있다고 대중을 설득한다. 이는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먹혀들지만 사실 그 서비스는 문제를 바꿔내기보단 비켜가는 방식이고 혁신이라는 수사는 자본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다주기만 했다는 것이다.

‘혁신의 대명사’가 된 타다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타다 출범 이후 운영사 브이씨엔씨(VCNC)와 모회사 쏘카가 막대한 이익을 얻었는진 알 수 없으나 타다가 ‘차량 공유’인지는 의문이다. 쏘카는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위해 1천여대의 카니발 승합차를 새로 사들였다고 한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는 차량의 소유 문화를 공유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주장하지만 도로에는 전에 없던 승합차 1천여대가 새로 생겼고 차량 소유는 더 늘어났다. 지난 10월 타다 베이직 규모를 1만대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이 발표되기도 했다. 차량이 늘면 그만큼 교통 혼잡도, 대기오염도 심해질 것이다. 쏘카의 사업계획서에 적혀 있는 △차량 감소로 에너지 절감 및 대기오염 문제 해결 △차량 대체 효과로 교통 혼잡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소셜 임팩트’ 내용에 그다지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드라이버들이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서 일하면서 월급제로 고소득을 올리는 자유롭고 행복한 일자리.” 타다는 “택시기사보다 소득이 높고 행복하다”고 강조한다. 사납금으로 대표되는 택시기사의 열악한 처우를 대비시키면서 그동안 누구도 이루지 못한 혁신을 타다가 해냈다는 메시지다. 출근길에 지하철 대신 일부러 타다를 타고 기사에게 물었다. 기사는 “일하는 시간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고 소득도 점점 줄어가고 있다”고 했다. 타다는 지난해 기사를 모집하며 8건 이상 운송하면 5천원을 더 주거나 출근만 해도 1만원을 더 주는 이벤트를 벌였다. 올해 이런 이벤트만 사라진 게 아니라 야간조 근무자들에게 주는 교통비도 없어졌다고 한다. 불법파견 문제가 제기된 뒤로 휴식시간과 식사시간, 근무시간 일부를 기사가 직접 선택할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타다가 제시한 범위 안에서의 선택이라서 제한적이다. 타다에 기사를 공급하는 한 협력업체 대표는 “이런 식이면 대리를 뛰는 게 낫겠다는 기사들도 나온다”고 말했다. 기사들은 자유롭지도 않고 소득도 줄고 있지만 택시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은 많다. 기사들은 행복할까?

타다를 부르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날씨가 추워지자 따뜻하게 데워진 시트가 손님을 기다린다. 승차 경험은 만족스럽지만 의문은 사라지질 않는다. 한국보다 먼저 ‘혁신기업 붐’을 거친 미국에서는 이미 ‘눈속임’이라고 드러난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타다는 국토교통부가 실패한 택시제도를 운영하면서 문제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방치돼온 문제를 자신들이 해결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얼마나 믿을 만한지 잘 모르겠다. 타다는 무엇을 바꿔냈다는 것일까? 수사를 넘어서는 행복과 혁신이 있기나 한 걸까?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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