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05 21:36
수정 : 2019.12.06 02:43
국외 콘텐츠기업 겨냥했다지만
포괄적 계약 규정·의무만 담겨
당사자·시민단체 “실효성 의문”
통신사 “지불 조건 더 자세해야”
인기협 “국내 기업만 이중규제”
가이드라인 태생적 한계 지적도
방송통신위원회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의 국내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겠다며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내놨지만 핵심 주체인 글로벌 기업과 통신사 모두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도 ‘실효성에 의문’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5일 ‘공정한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 공청회를 통해 망 이용 가이드라인 초안을 공개했다. 지난 19일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제1소위 회의를 통해서도 당사자들 의견을 물었지만 일반에 공개하는 건 처음이다. 가이드라인은 △콘텐츠사업자가 트래픽 경로 변경으로 이용자 불편이 발생할 경우 사전 고지 △인터넷망 이용 대가 인상 요구시 사유 제시 △콘텐츠사업자의 이용자 피해 발생 방지 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 국내·외 콘텐츠기업을 따로 분류하지는 않았다.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망 이용계약이 사적계약인 것은 맞지만 논란이 계속돼 정부가 최소한도에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막상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자 제정을 원했던 통신사와 이를 반대했던 국내 콘텐츠 기업들 모두 공개된 안이 ‘실효성 없다’고 입을 모았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국외 콘텐츠기업들이 통신망 이용료를 회피하고 있는데 이용대가 산정·지불 조항도 가이드라인에 넣지 않았다”고 비판했고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국외 기업들은 적용 받지 않고 국내 기업들에게만 규제가 될 거다. 개별 조항들도 콘텐츠 기업의 망 구매계약 자율성을 저해한다”며 반발했다.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콘텐츠기업이 통신사에 약 300억∼750억원에 해당하는 ‘망 이용료(데이터센터 입주비·전용회선료·콘텐츠분배망이용료 등)’을 지불한 반면 구글과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은 ‘본사의 복제서버(캐시서버)를 제공한 걸로 대가를 제공했다’며 트래픽 비용을 거의 내지 않고 있다. 국외 콘텐츠기업들과 견줘 협상력이 밀리는 국내 통신사들이 가이드라인 제정 소식을 반겼던 이유다. 반면 국내 콘텐츠기업들은 “어차피 국외기업들은 따르지 않을 거다. 국내 기업들에게만 이중 규제가 될 것”이라며 제정을 반대하고 통신사에 가격 인하를 요구해 왔다.
양측의 의견 차가 큰 만큼 가이드라인이라는 수단으로 이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은 성명서를 내 “방통위가 2011년부터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통신망 합리적 관리·이용 기준, 상호접속고시 개정 등을 추진했지만 법이 아니어서 실효성이 떨어졌다”며 “차라리 가이드라인 제정을 중단하고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금지조항과 투명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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