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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2 15:45 수정 : 2019.12.02 16:23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 제공

리니지2M이 리니지M 제치자
이번엔 리니지M 쪽서 “멍군”
리니지M 업데이트로 반격 나서
엔씨의 ‘양수겸장’ 사업구도도 눈길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에 져도 “ㅎㅎ”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엔씨소프트 제공
홀로 장기를 두면서 이쪽 저쪽을 오가며 “장군이요” “멍군이요”를 외칠 수 있다면? 누군가와 경쟁을 하면서 자신이 이겨도 좋고 상대가 이겨도 좋다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게임사업을 하면서 이런 ‘꽃놀이패’를 만들어 즐겨 업계 부러움을 사고 있다.

2일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혀온 이 업체의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2M’이 1일 새벽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리니지M’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미 애플의 앱스토어에서는 리니지2M이 지난 달 27일 출시 첫 날 오전부터 리니지M을 제치고 선두로 나섰다.

리니지M은 2017년 6월21일 출시 첫 날부터 양대 앱 마켓에서 모두 매출 순위 1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지켜와 업계에서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으로 꼽혀왔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각각 온라인게임 ‘리니지’와 ‘리니지2’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리니지와 리니지M, 리니지2와 리니지2M 모두 엔씨소프트가 개발해 서비스 하고 있다. 사람으로 치면 리니지M과 리니지2M은 사촌 뻘이다.

김택진 대표는 그동안은 리니지2M 쪽에 서서 리니지M을 제치고 국내 모바일게임의 역사를 새로 쓰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는 지난 9월 열린 리니지2M 발표회에 참석해 “정말 공을 많이 들여 만들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적어도 기술적으로는 이걸(리니지2M)을 따라올 모바일게임이 없을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이 리니지를 모바일게임으로 잘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리니지2M은 리니지2 브랜드와 캐릭터에 모바일 기술을 집대성한 게 특징”이라고 치켜세웠다.

김 대표가 이번에는 리니지M 응원에 나섰다. 리니지M은 이날 새로운 월드 던전 ‘격돌의 탑’을 모든 월드에 공개했다. 격돌의 탑은 기존 ‘오만의 탑’ 몬스터가 강화된 형태로 등장하는 던전이다. 75레벨 이상의 캐릭터가 하루 5시간 이용할 수 있는데, 이용자는 ‘격돌의 탑’ 3개 층에서 보스 몬스터를 만날 수 있다.

리니지2M 화면 갈무리. 엔씨소프트 제공
리니지2M에 매출 순위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난 리니지M이 업데이트를 하며 반격에 모습이다. 실무 작업은 각 게임 운영팀이 맡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김 대표가 한다. 김 대표 쪽에서 보면, 리니지2M에 심혈을 기울여 리니지M을 제칠 수 있게 하더니, 이번에는 리니지M을 업데이트해 설욕전에 나설 수 있게 하는 모습이다.

리니지2의 자식 뻘 엠엠오아르피지로는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도 있다. 이 게임은 리니지M·리니지2M의 고종사촌 뻘이자 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리니지2 레볼루션이 경쟁업체 게임이라고 적대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잘 돼서 리니지M과 리니지2M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를 바란다. 리니지2 레벌루션의 매출이 늘수록 넷마블로부터 받는 리니지2 저작권료 수입이 늘어나며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를 만들어놨기 때문이다.

리니지2 레볼루션이 잘될수록 엔씨소프트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김 대표의 호주머니가 불룩해지는 또다른 고리도 있다. 김정주 엔엑스시(NXC·넥슨 지주회사) 대표가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을 위협하던 2015년 초, 김택진 대표와 방준혁 넷마블 이사회 의장은 회사 주식을 교환하고, 넷마블이 엔씨소프트 온라인게임들의 저작권을 활용한 모바일게임 출시를 허용하는 내용의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당시 맺은 제휴에 따라 엔씨소프트는 현재 넷마블 지분 6.81%(넷마블은 엔씨소프트 지분 8.9% 보유)를 갖고 있다. 또한 넷마블은 리니지2 레볼루션에 이어 블레이드 앤 소울 레볼루션 등 엔씨소프트 온라인게임을 리메이크한 엠엠오아르피지를 잇따라 내놓으며 엔씨소프트의 저작권 임대사업을 이끌어주고 있다. 김 대표 쪽에서 보면, ‘양수겸장’의 사업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게임시장 분석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리니지2M의 하루 매출은 70억~11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리니지M은 출시 첫 날 매출 107억원, 접속자 210만명을 기록했다. 1998년 출시된 리니지의 누적매출은 3조6천억원이다. 2003년 출시된 리니지2의 누적 매출은 1조8천억원이다. 리니지와 리니지2 모두 지금도 매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들 기반 모바일게임의 누적 매출은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리니지M의 누적 매출은 2년여 만에 이미 2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재섭 선임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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