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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8 16:56 수정 : 2019.11.28 19:31

대리주부

과기부, 규제샌드박스로 가사노동법 한시적용
노동계선 근로기준법 적용예외로 논란 많아
휴게·휴일·휴가 등 당사자끼리 정할 듯
“다툴 여지 많은데…정부가 결론 지은 건 잘못”

대리주부

플랫폼 기업에 속한 가사도우미가 입법 미완료 법안을 적용 받게 되면서, 정부 규제샌드박스의 역할론 논란이 일고 있다. ‘신속한 시장 출시’ 지원 원칙에만 집중해 논란이 있는 법안을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적용했다는 비판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7차 신기술·서비스심의위원회는 27일 가사노동서비스중개앱 ‘대리주부’에 등록된 가사도우미 1000명에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되 휴게시간·휴일·휴가 등은 국회 입법 논의 중인 ‘가사노동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가사노동자법)’ 조항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정근로시간(미리 정한 근무시간)이 아닌 실제근로시간(실제 측정된 근무시간)에 맞춰 휴게시간과 휴가 등을 당사자 협의한다는 게 핵심이다. 심의위는 “현행 근로기준법이 가사사용인에 대한 법 적용을 배제하고 있고 파견법으로도 근로자파견사업이 아니어서 (홈스토리가) 직접 고용 기반 가사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었다”며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사근로자를 직접 고용하면 그 동안 보장받지 못했던 가사근로자의 권리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 설명과 달리 현행법은 가사도우미 직접고용이 불가능한 구조가 아니다. 현행 근로기준법 11조 단서조항은 ‘가사 사용인’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지만 직접 고용을 막지는 않는다. 대리주부를 운영하는 홈스토리생활도 지난 2016년부터 구인구직사이트를 통해 직접고용할 근로자를 찾고 있었다. 규제샌드박스 이전에도 직접고용을 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규제샌드박스를 두드린 건 ‘직접고용’ 자체를 풀어달라는 게 아니라 ‘직접고용으로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을 경우 가사도우미의 휴게·휴일·휴가를 호출근로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파견법과 직업안정법 적용 대상이 아님도 확인하고자 했다. 홈스토리생활은 근로기준법·기간제법·파견법·직업안정법 적용제외를 신청했다.

여기서 논란이 발생한다. 과기정통부와 고용노동부는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가사노동법을 규제샌드박스로 가져와 현실에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택했다. 호출에 따라 근로하는 가사도우미의 근무탄력성과 근로자성을 동시에 인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휴게과 연차를 근로기준법에 따라 적용하지 않고 사업자 자율에 맡기면 실질적인 휴게 보장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오민규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은 “예외가 많아지면 원칙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가사도우미에 근로기준법을 먼저 적용한 뒤 현실 차이를 조정할 수도 있었는데 무작정 적용제외를 준 것은 노동권 후퇴”라고 했다.

논란이 예상되는 법안을 실증특례로 푼 데는 3개월도 걸리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과기정통부에 보낸 의견서를 보면 홈스토리는 지난 9월 2일 규제샌드박스에 관련법 적용 제외를 신청했고 고용노동부는 ‘노동권 침해 우려로 수용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지난달 17일 보냈다. 두 정부부처는 30일 대학 교수·소득주도성장위·행정연구원 소속 민간심사위원과 신청 기업을 모아 사전검토위원회를 한 차례 열었고 가사법안 내용을 우선 적용하는 것으로 결론 냈다. 노동계엔 참석을 요청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법안을 만들 때 서울와이더블유시에이 등에게서 의견을 수렴했기 때문에 따로 물을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정부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국회에서 입법 논의 중이던 법률을 앞당겨 적용한 건 홈스토리생활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실증특례를 받은 공유숙박업 ‘위홈’도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규제샌드박스로 임시 사업 개시 권한을 얻었다. 내국인 대상 숙박업을 허용하면 부동산 무단 용도변경과 불법전대차계약이 성행할 수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으나 그대로 허용됐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홈스토리와 관련해 페이스북에 “불법 위장도급, 불법파견이 합법이 됐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을 규제샌드박스로 해결해주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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