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1.12 18:08
수정 : 2019.11.13 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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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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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내부 거래로 몸집 불려와
최근 외부사업 확대 ‘저가수주’도
‘정부정책 고려한 전략’ 분석 나와
백스페이스 누르면 방화벽 뚫린
기재부 ‘디브레인’ 시스템 구축 주도
이번에도 입찰…‘단독’이라 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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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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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스디에스(SDS)가 최근 공공 발주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사는 계열사 일감으로 몸집을 불려온데다 주요 주주가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인 터라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꾸준히 이름을 내밀어왔다. 재계에선 에스디에스의 공공 발주 사업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도 이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지원 접수가 마감된 기획재정부의 ‘차세대 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 용역 사업 입찰은 에스디에스 한 곳만 참여하면서 사실상 유찰됐다. 공공 발주 사업의 경우엔 ‘유효 경쟁’ 없이 단독 후보자만 있을 때는 2차 입찰 과정을 거친다. 해당 입찰을 주관한 조달청은 26일께 재입찰을 시도할 예정이다.
지난 9월 입찰 공고가 나올 때부터 업계는 에스디에스의 행보를 주시해왔다. 사업 규모가 1200억원에 이를 정도로 굵직한 사업이어서만은 아니다. 대기업 참여를 제한한 2013년 ‘소프트웨어 산업 진흥법’ 개정으로 공공 발주 시장엔 모습을 감춰왔던 에스디에스가 올 들어 굵직한 공공 용역 사업에 부쩍 나서고 있어서다. 지난 7월 1700억원대 행정안전부의 ‘차세대 지방세정보시스템 구축 1단계 사업’도 에스디에스가 따냈다. 시스템통합(SI) 업계 한 관계자는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에스디에스가 행안부 사업을 따낸 데 이어 기재부 사업까지 도전하면서 앞으로 나올 공공부문 일감까지 싹쓸이 하는 게 아니냐는 업계 내 긴장감이 팽팽하다. 특히 ‘저가 수주’를 감내하면서까지 공격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한 뒷말도 있다”고 귀띔했다.
에스디에스의 ‘모드 전환’에는 ‘외부 매출 강화’라는 경영 전략 변화와 맞닿아 있다. 이 회사의 홍원표 대표는 지난 9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매출에서 대외사업 비중을 19%로 잡고 있다”며 외부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사의 외부 매출 비중은 2017년 11%에서 지난해 14%로 크게 늘어났는데, 다시 1년 만에 5%포인트 가량 더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공정 경제를 앞세운 현 정부 들어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는 흐름을 에스디에스가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에스디에스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비스와 함께 계열사 내부 거래로 몸집을 불리며 동시에 총수 지분율(약 17%)이 높은 대표적인 재벌그룹 계열사다.
에스디에스가 이번 입찰에서 넘어서야 할 ‘아킬레스건’은 따로 있다. 현 디브레인 시스템을 이 회사가 주도한 컨소시엄이 구축했는데, 지난해 국정감사 때 보안 결함이 노출된 바 있다. 결함 있는 시스템을 납품한 기업이 같은 시스템의 차세대 사업에 참여하는 게 적절하냐는 논란이다. 보안 결함은 접속 권한이 없는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진들이 ‘백스페이스’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기밀 정보를 디브레인에서 내려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이 사건은 심 의원 쪽과 정부가 맞고발하는 등 해킹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다만 이 사안은 검찰 수사를 통해 시스템 결함 책임이 에스디에스에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나긴 했다. 디브레인을 관리하는 한국재정정보원의 고위 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사 결과 디브레인 정보를 국회 등에 전송하는 시스템 개선을 맡은 한 중소 아이티업체의 과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에스디에스 쪽도 “우리는 2013~14년께 디브레인 유지보수 업무를 종료했다”고 했다.
해당 업계의 한 임원은 “조사 결과는 알고 있지만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은 있다”며 에스디에스 쪽도 그런 의혹을 알기에 이번 응찰도 소리소문 없이 나선 게 아니겠나”고 말했다. 실제 에스디에스 쪽은 지원 마감 하루 전날까지도 응찰 여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최민영 김경락 기자
mymy@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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