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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07 15:58 수정 : 2019.11.07 16:27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사무실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인터뷰]장병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장

“정부, 시장 예측가능하게 해줘야
지금은 하란 것도 말란 것도 아냐”
“ICO 이상적으로만 보는 건 위험
IPO 시장 모든 문제 다 담고 있어”

장병규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4차산업혁명위원회 사무실에서 <코인데스크코리아>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25일 정부에 암호자산 제도화와 블록체인 산업 육성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금융사의 암호자산 취급을 허용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ICO(암호화폐공개)를 합법화하자고 권했다. 현재 음지에 있는 암호자산을 제도화해 금융산업에 편입하자는 주장이다.

4차산업혁명 대정부 권고안은 이번달말 임기가 끝나는 장병규 위원장(총리급)이 지난 2년여간 다양한 민관 협의를 통해 도출한 결과물이다. 코인데스크코리아는 지난달 31일 장 위원장을 만나 권고안 중 블록체인 분야에 대해 물었다. 장 위원장이 블록체인 전문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입장은 일부 주제에서 위원회 권고안과는 결이 달랐다.

-가상통화, 암호화폐, 가상자산 대신 암호자산으로 부른 이유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자산이냐, 화폐냐'와 '가상이냐, 암호냐'를 두고 논의했다. 우선 단계적 로드맵, 사회 수용성면에서 자산으로 시작하는 게 맞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화폐라고 하면 페이스북북 리브라처럼 논쟁이 너무 커진다. 화폐까지 법적지위를 마련하라는 권고안은 시기상조다. 그러나 자산은 얘기가 다르다. 비트코인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니, 자산으로는 권고안에 담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가상은 물리적인 것의 반대말이다. 블록체인의 본질적 속성은 가상이 아니라 '위변조가 어렵다'에 방점이 있다. 그래서 암호자산이라고 정했다. 일단 자산으로 얘기하고 법적지위가 마련되면, 순서에 따라 화폐 이야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한 발짝이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두 발 세 발 나갈 토대가 되지 않겠나."

-향후 화폐가 될 수 있다고 보나?

"굉장히 많은 논쟁이 있을 것이다. 혁신론자인 나는 전세계가 결국 화폐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본다. 비트코인, 알트코인, 리브라 같은 스테이블코인, 반허가형 코인 등 여러 형태에 대한 논의가 있겠지만, 특정 정부나 세력이 주도하지 않는 전세계에서 유통되는 혁신적인 화폐에 대한 바람이 있다. 이상과 현실 사이 타협이 있을 것이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떤 형태로든 뭔가 나올 것이다."

-권고안에서 블록체인 분야의 핵심 내용은?

"암호자산의 법적 지위 마련이다. 정부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은 하되, 가상화폐 관련은 하지 말라고 한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소에 매우 부정적이다. 그런데 시장에 있는 사람은 이 둘의 분리가 어렵다고 한다.

정부는 시장이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미래는 알 수 없다. 그러니 '시행착오 해봐라'며 풀어줄 수도 있고, '미래가 어찌될지 모르니까 다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있다. 지금은 이게 애매모호하다.

대한민국이 모든 산업을 다 할 필요는 없다. 그런 맥락에서 정부가 '그 산업은 하지 말라'고 의사결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하란 것도 아니고 하지 말란 것도 아니다. 최소한 수면 위에서 논의할 수 있게는 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에 따라 자금세탁방지 대상에 암호화폐를 추가하는 특금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자금세탁방지법과 암호자산 제도화는 약간 다른 얘기다. 자금세탁방지는 (당정청에서) 공감대가 형성돼 추진 중이다. 암호자산 법제화는 거기까지 안 가 있기 때문에 권고안에 담았다."

-블록체인의 주 활용분야로 꼽히는 금융에서 사기나 투기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면서 제도화시킬 수 있을까?

"퍼블릭 마켓에선 정보 비대칭성 해소를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회사 내 정보와 퍼블릭 주주들의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다양한 장치가 있다. 하지만 공시, 내부자 거래, 사업기밀 문제로 여전히 논쟁 중이다. IPO(기업공개)라는 퍼블릭 마켓도 불완전하다. 이게 코인을 사용한다고 더 쉬워지는 게 아니다.

ICO는 IPO를 따라서 만든 거다. 투자자 보호하면서 자유롭게 모금하는 걸 어떻게 조화롭게 하느냐는 퍼블릭 마켓 문제를 푸는 거랑 비슷하다. 퍼블릭 마켓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래서 나는 ICO에는 부정적이다. 이상적으로만 보는 건 위험하다."

-투기가 과열됐던 2018년 1월 박상기 전 법무부장관이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언급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거품을 끄기 위해 당시 비트코인 선물상품을 승인했다. 한국과 미국은 접근방법이 전혀 다른 것 같다.

"본질적으로 미국은 금융이 발달했고, 한국은 그렇지 않다. 차이가 있다. 한국 국민의 자산의 많은 부분은 금융이 아닌 부동산이다. 최근 논란이 된 ELS 비슷한 상품들은 상당히 위험한 상품이다. 한국은 국민도, 판매자도 제대로 교육이 안 되어 있다. 미국은 적격투자자 개념이 있지만, 한국엔 법적으로 그런 개념이 없다.

미국은 오랜 세월을 거쳐 금융의 리스크와 리턴에 대해 논쟁했고, 합의하면서 국민도 교육되어 있다. 한국보다 금융의 규모도 훨씬 크고, 금융 리터러시 수준도 높아서 금융문제를 금융으로 풀기 용이하다. 한국은 그렇지 않다.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 공매도 논쟁이 계속 나오는 것도 그렇다. 퍼블릭 마켓 규모가 크고 공매도 참여주체가 크고 많기 때문에 공매도라는 금융방식으로 주가 거품을 꺼뜨릴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시장도 작고, 참여자도 소수라서 왜곡, 투기가 일어날 여지가 높다. 그러니 당국자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이 합법적 완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 차이를 무시하고 한국, 미국을 그대로 비교하는 건 어렵다. 그게 현실인데 어떻게 하나?"

-권고안 발표 후 다음 절차는?

"권고라 다음 절차는 없다. 대통령 보고는 국무회의에서 이미 했다. 결국 당정청은 국민 여론을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권고안이 힘 받으려면 언론과 여론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장 위원장은 카이스트에서 전산학과를 졸업(박사과정 수료)한 뒤 네오위즈·첫눈·블루홀 등을 창업한 한국 벤처 1세대다. 블루홀 자회사 펍지가 개발한 게임 ‘배틀그라운드’가 세계적인 대박을 쳤다. 2017년 10월 초대 4차산업혁명위원장으로 취임했으며, 한차례 연임해 오는 11월26일 임기를 마친다.

김병철 유신재 코인데스크코리아 기자 juan@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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