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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8 10:59 수정 : 2019.09.08 20:25

엘지전자가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부스에 삼성전자 티브이로 보이는 제품을 가져와 자사 제품과 비교했다.

베를린 가전전시회서 벌어진 논쟁
엘지, 삼성 티브이에 “국제 규격 미달”
삼성전자 “8K 기준은 업계가 정해”
육안 구분 어려워 마케팅 성격 큰 듯

엘지전자가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부스에 삼성전자 티브이로 보이는 제품을 가져와 자사 제품과 비교했다.
“삼성전자의 8K 티브이는 화질 선명도가 떨어진다. 사실상 4K 티브이다.”(엘지전자)

“화질은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판단해야 한다. 한두 가지 기준만 가지고 결정할 수 없다.”(삼성전자)

엘지(LG)전자와 삼성전자가 7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8K(화소 수 7680×4320) 티브이의 ‘화질 선명도(CM·Contrast Modulation)’를 놓고 또다시 설전을 벌였다. 8K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가운데 ‘무엇이 진짜 8K인가’를 놓고 두 제조사의 팽팽한 논리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화질 선명도는 3300만여개의 8K 티브이 화소 하나하나가 얼마나 정확하게 제 색깔을 내는지 확인하는 척도다. 같은 크기 화면이라도 화소 수가 더 작고 더 많을수록 명암과 곡선 등을 훨씬 정교하게 구현할 수 있다. 최근 화소에 흰색이 포함된 디스플레이(RGBW)가 나오면서 ‘화소 수만 많고 선명도는 떨어진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화질 선명도라는 보조 개념이 도입됐다. 각 티브이 화소가 얼마나 선명하게 구분되는지도 측정 기준으로 둔 것이다.

엘지전자는 이날 한국 언론 대상 ‘테크 브리핑’에서 삼성전자의 65·75인치 큐엘이디(QLED) 티브이의 화질 선명도를 문제 삼았다. 이정석 엘지전자 상무는 “최근 독일전기기술자협회(VDE)에 의뢰해 소니·엘지 75인치 티브이와 삼성전자 65·75인치 티브이 화질 선명도를 조사해 보니 소니는 80%를 넘긴 반면 삼성전자는 75인치가 12%, 65인치가 18%에 그쳤다”며 “삼성전자 티브이는 흰색과 검은색이 서로 섞이고 뭉개지더라. 실질적으로 구분되는 화소 수는 3840개에 불과해 사실상 4K 티브이”라고 주장했다.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제안하는 화질 선명도 기준은 50%다.

삼성전자는 ‘무엇이 8K 티브이냐를 규정하는 건 제조사 권한’이라는 입장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장은 6일 언론브리핑에서 “패널 업체가 8K를 만들면 그게 8K”라며 “화질을 종합적으로 인증하는 곳이 없어서 8K 협의체를 만들었고 규격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8K를 평가하려면 해상도·밝기·보정기술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측정해야 하는데 아이시디엠은 그런 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엘지전자가 주장한 화질 선명도 수치에 대해선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화질 선명도를 둘러싼 두 제조사의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4K 티브이를 놓고도 치열하게 다퉜다. 당시엔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장이 엘지전자의 RGBW(빨강·초록·파랑·흰색) 패널을 가리켜 “화질 선명도가 훨씬 뛰어난 우리 제품을 엘지전자와 똑같은 ‘4K’로 묶을 수 없다”고 했다. 한술 더 떠 “앞으로 해상도를 표기할 때 화소 수와 화질 선명도를 함께 명시하자”고도 주장했다. 엘지전자는 당시 보도자료까지 모아 공개하며 ‘삼성전자가 했던 말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엘지전자의 문제 제기는 마케팅 성격도 강해 보인다.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소비자들이 4K부터는 맨눈으로 제품 차이를 구분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엘지가 화질 선명도를 강조하다 8K 티브이 집단에서 고립될 가능성도 제기한다. 중국 티시엘(TCL)·일본 소니 등 여러 티브이 제조사들이 너도나도 8K 티브이를 내는 상황에서 혼자만 ‘리얼 8K’를 강조하고 있어서다. 이파 행사장에서 샤프·창훙·스카이워스 등 메이저 티브이 제조사 가운데 화질 선명도를 표기한 곳은 엘지전자 외에 없다.

베를린/글·사진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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