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08.07 21:31
수정 : 2019.08.08 00:06
일 수출규제 과기계 대응방안 토론
공용 팹 등 국산화 측정인프라 제안
정부가 중소기업 원천기술을 끌어올려 대기업 구매와 연계해야 한다는 업계 제안이 나왔다. 중소기업이 연구개발(R&D) 과제와 성능평가를 통해 중소기업 핵심기술 품질을 입증하면 대기업이 일부 물량을 반드시 구매하도록 선순환을 이루자는 취지다.
7일 한국공학한림원이 주최한 ‘일본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소재·부품·장비 제조사 관계자들은 “정부가 아르앤디와 평가 팹을 통해 국산 품질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며 “그렇게 기술력만 담보된다면 대기업에 구매조건부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은 “공정한 성능평가 팹을 구축해 중소기업들이 원천기술을 시험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며 “성능평가를 통해 인증받은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반드시 물량을 사도록 의무조항을 두면 된다”고 제안했다. 주현상 금호석유화학 팀장도 “중소기업이 자체 개발한 기술을 정확히 측정할 인프라 투자가 부족했다”며 “정부가 산하기관을 활용해 고가 장비 인프라와 칩메이커를 중소기업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분기별로 소재·부품·장비 기업 애로사항과 실태를 파악해 언론에 공개 발표하면 정부와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가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황 회장이 제안한 중소기업-정부-대기업 로드맵은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이 이미 차용한 전략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170조원을 반도체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중국 반도체 소자 기업이 중국산 반도체 소재·부품·장비를 외국산보다 우선적으로 평가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또 이미 양산 실적이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일정량을 사용하도록 하고 국산화 진행률에 따라 기업에 별도 혜택도 부여한다. 발제자로 나선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중국만큼은 아니라도 우리나라도 대기업 참여를 이끌어낼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기업에 기대지 않고 중소기업이 직접 자사 기술을 성능평가하려면 공용 팹이 필수다. 주현상 금호석유화학 팀장은 “그동안 중소기업이 자체 개발한 기술을 정확히 측정할 인프라 투자가 부족했다”며 “정부가 산하기관을 활용해 고가 장비 인프라와 칩메이커를 중소기업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5일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대책을 통해 대전 나노종합기술원에 12인치 공정 설비를 증설하고 4개 연구원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진공 밸브를 만드는 프리시스 서진천 대표는 “그동안 국산화를 안 한 건 아니지만 채산성이 낮아 고부가가치 기술로 나아가지는 못했다”며 “국내 기업들이 시장 한계를 딛고 국산화했다면 무조건 염가에 사려 하지 말고 고가에 사줄 수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또 “이제까지 정부가 아르앤디 지원금을 포괄적으로 지원하는 과정에서 좀비 기업에 혜택이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원책을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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